착공·분양·준공 시계 공개가 기대심리 꺾는 유일한 해법
[HBN뉴스 = 이동훈 기자] 내년 6월 3일 치러질 예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부동산 정책은 늘 정권의 운명을 가르는 변수였기 때문이다.
20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본격 시행된다. 한강변을 중심으로 확산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서울전역과 경기남부 지역으로 상승 흐름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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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허가 대상은 '아파트 및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한 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이다. 아파트뿐 아니라 같은 단지 내 연립·다세대주택도 거래 전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없이 체결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 허가를 받은 뒤에는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나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함께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도 확대 지정됐다. 기존 4개구(강남·서초·송파·용산)에 더해 나머지 21개 자치구가 새로 포함됐으며, 경기 과천·광명 등 12개 지역도 새롭게 지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 전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0%로 제한되고, 주택 구입 목적 대출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 6억원, 15억~25억원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실제 공급 계획으로 쏠리고 있다. 규제 만으로는 그동안 시장에 깊이 뿌리내린 기대와 유동성을 꺾기 어렵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는 경기부양을 내세운 완화와, 집값 잡기를 위한 규제를 번갈아 내놨다. 하지만 세금, 대출, 거래에 대한 두더지 잡기식 정책은 기대와 유동성, 공급 병목이 결합한 부동산 시장 구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긴축을 풀면 다시 과열, 강화하면 일시적 진정, 고절적인 행태가 정책 불신과 패닉 바잉이라는 악순환을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얻은 핵심 교훈은 시장이 규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공급’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공급은 단순히 총량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 그 시차와 입지, 공급유형의 정합성이 함께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 유일하게 장기 하락을 이룬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2008~2012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의 심리가 위축됐고, 새 보금자리주택과 신도시 등 예정된 공급 신호가 동시에 작용했다. 이때 서울 아파트 가격은 뚜렷하게 하락했고, 전국도 약세로 돌아섰다. 결과적으로 공급신호와 거시적 충격이 동시에 작동해야만 집값이 실제로 하락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야당만 아니라 여권도 이번에는 모두 공급대책을 강조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연내에 연도별·자치구별 공급계획을 내놓겠다고 예고했고, 야당도 법·제도 보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공급 일정의 수치화와 행정절차 개선 같은, 실질적 실행계획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착공·분양 시점이 명확히 제시되고, 인허가 병목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도심 공급처 확정,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금융지원과 실수요형 분양 믹스 등 로드맵의 세부설계가 선거 전까지 명백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조건부로 허가구역 규제를 완화하는 기준, 정비사업의 신속 처리실적 공개, 소형·임대 주택의 비율 확대와 같은 조치들도 시장 신뢰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의 규제 연장과 전방위적 규제 강화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뿐이다. 선거는 정권이 얼마나 표를 얻느냐가 아니라, 국민에게 얼마나 ‘기대’를 줄 수 있느냐 싸움이다. 서울 부동산의 향방 역시 어디에, 언제, 어떻게 새로운 주택이 나올 것인가라는 신뢰에 달려 있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공급 이행 플랜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 실행 여부가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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