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無常)의 이치를 깨닫고 집착을 놓는 수행
불자 여러분, 오늘도 법의 향기 속에 안녕하신지요.
올해는 특히 무덥고 숨이 막히는 여름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세월과 계절은 멈추지 않고, 이제 우리는 음력 윤 6월 14일, 입추(立秋)를 지나왔습니다. 절기는 여름에서 가을로 발걸음을 옮기고, 기온도 서서히 내려가 하루를 보내기 조금은 수월해졌습니다. 그간 폭염과 장마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이제 숨을 고를 수 있는 때입니다.
하지만, 불자 여러분. 계절이 바뀌어도, 우리의 수행은 쉼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은 조심하고 잘 다스린다면, 그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공덕을 낳는다.”
기온이 내려가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지만, 바로 이때 방심이 찾아오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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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불자들이여, 입추는 단순한 절기가 아닙니다. 농부가 땅을 갈아 다음 농사를 준비하듯, 우리 마음의 밭을 갈고 씨앗을 심는 때입니다. 가을의 결실은 봄과 여름의 땀에서 오듯, 마음의 결실도 지금 이 순간의 정진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니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마음을 다시 세우고 자비를 키우는 것입니다.
'유마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이 고요하면 세상도 고요하고, 마음이 어지러우면 세상도 어지럽다.”
올여름 우리는 폭우와 폭염 속에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생명을 떠나보냈습니다. 이제 가을이 다가오지만, 그 상처는 하루아침에 치유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불자는 자신의 안락만을 구하지 않고,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행(行)을 실천해야 합니다. 자비는 말이 아니라 손발로, 눈빛과 미소로 전해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입추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옵니다. 아침저녁의 서늘함 속에서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더위도, 영원한 추위도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무상(無常)의 진리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무상을 깨닫고 집착을 놓으셨듯, 우리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마음의 등불을 지켜야 합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 하루를 살며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살피는 습관, 아침마다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살펴보십시오. ▶작은 자비의 실천, 지나가는 이에게 미소를,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십시오. ▶욕심의 내려놓음, 더 많이 가지려는 생각 대신, 지금 가진 것을 감사히 여기십시오.
이 세 가지가 바로 지혜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이제 곧 가을의 빛깔이 짙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빛보다 더 찬란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불자의 마음입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그 마음은 변치 말아야 합니다.
오늘 이 법문이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고요한 지혜의 물결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여러분의 삶 구석구석에 깃들기를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불교 성불조계종 종정 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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