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탭, 인스타그램식 피드형 UI로 전환
"메시지만 보내고 싶다" vs "슈퍼앱 도약"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카카오톡이 출시 15년 만에 첫 전면 개편을 단행한다. 다음 달부터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식 피드형 UI로 전환해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소셜·커머스·콘텐츠가 결합된 ‘슈퍼앱’으로 도약을 노린다. 일부에서는 메신저 본질을 훼손한다는 우려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카카오톡의 월평균 사용 시간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 달부터 카카오톡의 첫 화면인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처럼 게시물이 흐르는 피드형 UI로 전환한다. 2010년 카카오톡 출시 이후 15년 만의 첫 전면 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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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진=연합뉴스] |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친구 탭을 단순한 목록에서 벗어나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바꿀 예정”이라며 “이제 친구들이 올린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머무는 플랫폼”으로 진화다. 앱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021년 822.68분에서 지난해 731.85분으로 감소했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으로 이용자의 앱 체류 시간을 늘리고,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해 광고·커머스와 연결되는 성장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업계는 카카오톡의 이번 변화가 단순한 UI 개편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카카오는 피드형 UI 개편을 통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카카오쇼핑·카카오뷰·카카오웹툰 등 기존 콘텐츠 및 커머스 자산과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사용자들이 일상 속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소셜 허브로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9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아우르는 초대형 ‘슈퍼앱’ 플랫폼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물론 카카오는 과거에도 소셜 기능 도입을 시도했다. 지난해 출시한 ‘펑’ 기능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사용성과 UX 설계를 대폭 개선해 실질적 이용자 경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오는 9월 ‘이프 카카오’ 행사에서 구체적인 UI와 신규 기능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메신저 본질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용자 일부는 “메신저는 메시지만 보내고 싶다”, “관심 없는 상대의 콘텐츠를 강제로 보고 싶지 않다”, “친구 탭 형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등 반발을 표출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처럼 ‘팔로우’ 기반으로 노출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와 달리, 카카오톡은 전화번호 저장 여부를 기준으로 장기간 등록된 모든 지인의 프로필이 피드에 노출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카카오는 SNS와 메신저의 구조적 차이를 어떻게 반영해 UI 설계 여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단순한 채팅을 넘어 생활형 콘텐츠·쇼핑·광고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올인원 허브’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성패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용자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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