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구조, 그 빛과 그림자...미시시피 참사와 김포의 실천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5 13: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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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자의 탈을 쓴 학대자 vs 끝까지 지켜낸 따뜻한 손길
경기도 수의사들, 반달이네하우스 유기견 입양까지 최선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2025년 6월, ‘동물 구조’라는 같은 이름 아래 전혀 다른 두 얼굴이 뉴스에 등장했다. 하나는 미국 미시시피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학대 사건,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김포에서 수의사들이 손수 나선 따뜻한 연대의 실천이었다. 서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이 두 장면은, 우리가 말하는 ‘동물 구조’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묻게 한다.


◆ “구조자의 탈을 쓴 학대자”

미시시피주 뉴턴카운티. ‘세컨드 포 도그 레스큐(Second Paw Dog Rescue)’라는 이름 아래, 한 여성이 버림받은 개들을 돌보겠다고 나섰다. 그의 이름은 나탈리 니콜 팬처. 사람들은 ‘구조자’라 믿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구조되어야 할 개들은 오히려 지옥 같은 현실에 갇혀 있었다. 팬처의 농장에 모인 약 140마리의 개들은 돌봄 대신 방치 속에 놓였다. 좁고 더러운 금속 상자에 갇힌 채 굶주림에 시달렸고, 일부는 울타리에 묶인 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어갔다.

지저분한 장소에 묶여 있던 개, 출산 후 죽어가는 새끼 곁에서 서서히 숨을 거둔 어미개. 그곳엔 생명이 아니라, 절망만이 자라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물보호단체와 지역 수의사들, 그리고 보안관들이 현장을 수습했지만, 이미 절반에 가까운 개들은 죽어 있었다. 살아남은 개들조차 대부분은 뼈만 남은 채 탈진해 있었고, 일부는 평생 남을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법원은 팬처에게 중대한 동물학대 및 악의적 상해 등 총 7건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죽어간 70여 마리의 개들에게는 그 어떤 판결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단지 ‘구조자’라는 이름 뒤에 숨은 또 다른 잔혹함, 그리고 동물 구조 시스템의 취약한 감시망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 “10년 보호소 여정 끝…19마리만 더”

국내 김포시에서는 생명을 향한 구조의 손길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많은 유기견을 보호해온 ‘반달이네 하우스’, 이곳은 현재 단 19마리를 남겨두고 보호소 폐쇄를 앞두고 있다. 이 아이들만 입양되면, 긴 여정의 끝을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경기도수의사회, 김포시 수의사들, 그리고 조에티스·베링거인겔하임·유한양행 같은 기업들이 나서 사료와 의약품을 후원했다. 누군가는 개 한 마리를 위해 마취를 걸고, 주사를 놓고, 사료한포를 직접 전달한다. 미시시피의 어둠과는 다른 풍경이다.

‘구조’라는 말은 쉬운 단어지만, 실천은 절대 쉽지 않다. 단지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돌보는 일이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진짜 사랑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한쪽에서는 구조를 명분으로 학대를 저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19마리를 끝까지 책임지려 팔을 걷어붙인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은 “KB손해보험과 함께 도내 민간 보호소에서 반려견을 입양하면 치료비 등 2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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