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아이폰 '눈' 생산...텍사스 오스틴 '칩 동맹' 서막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7 13: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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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독점 깨진다… 삼성, 프리미엄 카메라 시장 진입
아이폰 이미지센서 미국 생산…중국 중심 공급망 균열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의 차세대 이미지센서를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단순한 부품 수주 계약으로 보이기엔,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기술, 산업, 지정학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전략적 합종연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애플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최초의 혁신적인 이미지센서 칩 제조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공급처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칩이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될 이미지센서(ISOCELL)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력의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국화’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은 그간 일본 소니로부터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를 전량 공급받아 왔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으로, 애플의 ‘정치적 리스크 헷지’ 전략에 최적의 파트너로 선택된 셈이다. 

 


애플과 손잡은 의미는 삼성으로서도 남다르다.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줄곧 2위에 머물렀던 삼성은 이번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소니가 독점해왔던 아이폰의 카메라 센서 공급망에 균열이 생긴다면, 삼성의 점유율 확대는 물론 기술 신뢰도와 브랜드 파워 역시 급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더불어 삼성 파운드리의 대외 신뢰 회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간 기술력과 수율 문제로 고객사 이탈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애플이라는 ‘슈퍼 프리미엄’ 고객의 수주는 이미지 반전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오스틴 공장에서의 양산은 ‘미국 기반 제조’라는 새로운 신뢰 자산을 확보하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플은 TSMC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중국·탈대만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삼성은 아이폰과 경쟁하는 갤럭시를 만들면서도, 애플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이상한 동거'를 통해 양사의 공급망을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발표는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와 스마트폰 공급망이 ‘지정학+산업경쟁+기술전환’이라는 다중 전선 위에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은 미국에 투자한 파운드리 공장의 존재 이유를 입증했고, 애플은 정치적 명분과 기술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세부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이미 ‘칩 동맹’의 진짜 승자가 누가 될지를 가늠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TSMC와 소니가 어떤 대응 카드를 꺼낼지에 집중된다.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며 첨단산업 패권을 노리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주요 동맹국과 협력해 기술 유출을 차단하고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우방국끼리 핵심 자원과 기술을 공유하고 리스크를 분산하자”는 목적으로 한·미·일·대만 중심의 칩(Chip) 4를 제안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칩4 중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생산거점을 늘리고, 삼성-애플의 전략적 협력이 촉진될 경우 향후 중국 견제 및 기술 안보 강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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