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자사주 헤지펀드 매각...기업거버넌스포럼 "지배구조 투명성" 경고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7 16:07:35
  • -
  • +
  • 인쇄
여당 3차 상법 개정안과 맞물려 관심
자산 인식 나쁜 선례 VS 장기 성장 동력

[HBN뉴스 = 홍세기 기자] 삼양식품이 지난 20일 보유 자사주 전량을 헤지펀드에 처분하면서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주장해온 기업거버넌스포럼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여당을 중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과 맞물려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번 매각을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닌 규제 회피 시도로 해석하며, 자사주를 '자산'으로 잘못 취급한 나쁜 선례라고 지적했다.​

 

 

  삼양식품 본사 전경 [사진=삼양식품]

 

기업거버넌스포럼의 비판은 시간적 근접성에 집중된다. 삼양식품의 자사주 매각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 단 4일 전에 단행됐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럼은 "자사주 제도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 발의 전에 긴급하게 삼양식품이 이사회를 통해 자기주식을 자산 취급해 처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이 자기주식의 성격을 자본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자산처럼' 현금화한 삼양식품의 행동은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20일 자기주식 7만4887주(발행주식총수 0.99%)를 주당 132만6875원에 처분했다. 총 매각 규모는 994억원에서 1000억원대로 집계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2022년 68억원에 취득한 물량으로 추정돼 약 930억원대의 수익을 실현했다.​

주목할 점은 매수자의 정체다. 삼양식품은 비리디언 에셋 매니지먼트, 점프 트레이딩, 바이스 에셋 매니지먼트 등 해외 헤지펀드 3곳에 블록딜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했다. 

 

포럼은 이 중 일부가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트레이딩 펀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거버넌스포럼의 비판은 다층적이다. 첫째, 장기 투자자 부재의 문제다. 포럼은 "시총 10조 원의 K-푸드 간판기업이 왜 시장의 존경을 받는 연기금이나 장기투자자가 아닌, 단기 트레이딩 펀드들에게 자기주식을 매각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표 식품 기업이 단기 수익만 목표로 하는 펀드를 주주로 받아들인 점이 기업 가치 극대화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밸류에이션 리스크다. 포럼은 "2025년 컨센서스 예상이익 기준 25배 PER에 거래되는데, 높은 성장성으로 유지되는 밸류에이션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삼양식품 주가는 자사주 매각 공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가 반등한 상황이다.​

셋째, 취득 목적과의 괴리다. 포럼은 "3년 9개월 전 취득한 자기주식이 그 후 어떻게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보상에 사용되었냐"고 질문했다. 자사주 매입 당시 회사가 공시한 목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보상이 실현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포럼은 "국내 기업들도 공시를 하면 이는 주주와 시장에 대한 약속이고,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번 매각은 중국 공장 증설 등 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중국 공장의 생산라인을 기존 6개에서 8개로 확대하는 데 투입하겠다고 설명했고, 이로 인해 생산능력이 37.8%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또한 현재의 재무 상황이 우호적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89.7%로 양호하고, 현금 흐름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중국 즉석라면 시장 규모가 167억 달러에 달하지만 자사 점유율이 2.5% 수준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투자 확대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다만 증설 비용이 58억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994억원의 자금 조달 규모가 중국 공장 투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삼양식품의 자사주 매각이 실제 투자 수요보다는 상법 개정에 앞선 선제적 규제 회피라고 해석하고 있다. 회사가 자사주 매각의 경위, 매수자와의 협의 과정, 향후 지분 수급 전략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시장의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