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SK엔무브 합병, '배터리 재기' 위한 전략적 결단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7-31 13: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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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적자에 따른 재무 위기 타개 목적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지난 30일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과 8조원 규모 자본 확충을 결의하며 전기화 시대를 위한 대규모 사업 재편에 나섰다.

 

31일 SK이노베이션 등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SK온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윤활유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SK엔무브와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경영 현안과 관련해 소통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온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1270억원을 기록하며 심각한 재무 부담을 안고 있었다. 반면 SK엔무브는 지난 3년간 연평균 91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이번 합병을 통해 SK온의 적자 폭을 8000억원 가량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한 전략적 선택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인 '캐즘' 현상이 배터리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SK온은 재무 건전성 확보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SK온의 부채비율은 251%까지 올라갔지만, 합병 후에는 이를 100% 미만으로 낮출 계획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2023년부터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2026년을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이 2025년까지 40% 하락하면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제조원가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해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 윤활유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액침냉각과 배터리를 결합한 패키지 사업을 통해 신규 시장 진입과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온은 합병을 통해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000억원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추가 2000억원 이상의 EBITDA를 확보하고, 2030년 EBITDA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발판
 

최근 SK온의 해외 공장 가동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합병의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조지아 공장은 100%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럽 헝가리 공장들도 80% 수준까지 가동률을 회복했다.

2025년 1월 기준 SK온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35% 성장을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 EV6 등 주요 고객사의 판매량 증가와 폭스바겐, 포드 등 유럽·미국 완성차업체와의 안정적인 공급 관계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과 함께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2조원과 영구채 7000억원, SK온 유상증자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유상증자 3000억원 등 총 5조원을 확보하고, 연말까지 3조원을 추가 확충해 총 8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또 1조5000억원 규모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올해 순차입금을 9조5000억원 이상 줄이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SK온 지분 3조5880억원을 매입해 상장 부담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이 SK온의 독자 생존 기반을 구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 2026년경을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SK온은 안정화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매년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미국 배터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생산 확대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등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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