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 = 홍세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익재단과 그 산하 회사를 10년 넘게 계열사 목록에서 뺀 채 그룹 지배력 유지와 총수 일가 사익 추구에 활용한 혐의로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첫 기업 총수 고발이자, 지분 보유 없이도 ‘실질적 지배력’만으로 계열 관계를 인정해 총수를 형사 고발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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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잔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DB 동일인 김준기의 지정자료 허위자료제출 행위 적발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일 김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그 산하 재단 1곳, 회사 15곳 등 총 17개 법인을 DB그룹 소속 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사실을 적발해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공시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해당 재단과 재단회사는 1999년 11월 DB그룹(옛 동부그룹) 계열에서 형식상 제외됐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늦어도 2010년부터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를 위해 사실상 ‘위장 계열사’로 활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에는 재단 회사들을 전담 관리하는 직위까지 만들고 인사·거래를 조직적으로 통제하는 등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재단 회사들은 DB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경영권 방어와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2010년에는 재단 회사들이 DB캐피탈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자신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을 DB하이텍으로부터 매입해 DB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에 동원됐고,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나 DB월드 기업회생 절차 과정에서도 출자금·자금 조달 수단으로 재단 회사들이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 개인 자금 조달 창구로 쓰인 정황도 나왔다. 김 회장은 2021년 재단 회사인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개인적으로 빌려 쓴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상환과 재차 차입을 반복하면서도 중도상환 수수료 등은 부담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재단 회사들의 매출 구조와 인사 운영도 독립 기업이라기보다 DB 계열사에 종속된 형태였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삼동흥산·빌텍·뉴런엔지니어링·탑서브·동구농원 등 주요 재단 회사들은 매출 대부분을 DB 계열사 거래에 의존해 왔고, 삼동흥산·빌텍·삼동랜드 등 핵심 재단 회사의 임원 과반수와 역대 대표이사는 DB 소속회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DB 소속 임직원이 재단 회사로 파견됐다가 다시 DB로 복귀하는 식의 인사 교류도 수십년간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문건에서는 재단 회사들이 사실상 그룹 계열사로 관리된 정황이 포착됐다. 공정위가 확보한 2023년 DB그룹 조직도에는 동곡재단 관련 회사들이 그룹 계열사와 점선으로 연결돼 있었고, ‘해당 자료는 그룹장에게만 배포하고 관계사 배포 시 동곡재단 부분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
DB 측은 재단 회사를 동원한 거래를 설계할 때마다 ‘위장 계열사 리스크’를 스스로 분석·정리하는 등, 계열사 은폐가 공정위 규제 회피 목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도 다수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비영리 재단과 그 산하 회사들이 형식상 지분 관계는 없지만 김 회장과 DB그룹이 인사·거래·경영에 광범위하게 관여해 온 만큼 실질적으로는 계열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는 단순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계열 관계를 인정해 공시자료 허위 제출 책임을 총수 개인에게 묻는 첫 제재 사례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고발 범위는 공소시효를 고려해 2021~2025년 사이 제출된 지정자료의 허위 제출 행위로 한정됐다. 다만 공정위는 재단 및 재단회사들을 “장기간 은폐하는 과정에서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했고, 부당지원 등에 대한 법적·사회적 감시를 피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에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재계 서열 40위권 대기업집단인 DB그룹의 동일인(총수)인 김 회장이 공익재단을 계열사 밖 ‘그림자 계열사’로 두고 대기업집단 규제를 피한 혐의가 공식 제기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재단·재단회사들의 실질 지배 구조와 자금 흐름에 대한 추가 규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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