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성장 한계·일회성 의존 구조라는 지적도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KT가 3년 만에 통신 3사 영업이익 ‘왕좌’를 되찾았다. 표면적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화망보다 부동산 ‘망’이 더 굵게 깔린 성적표다. 본업의 성장보다 일회성 토지 매각 이익이 실적을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숫자만 보면 화려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조4,274억 원, 영업이익은 1조148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KT는 SK텔레콤(매출 4조3388억 원, 영업이익 3383억 원)과 LG유플러스(매출 3조8444억 원, 영업이익 3045억 원)를 따돌리며 3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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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광화문 사옥 [사진=KT] |
같은 분기 SKT는 유심(USIM) 해킹 사고의 여파로 무상 유심 교체, 위약금 면제, 대리점 보상 등 일회성 비용이 불어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1%나 급감했다. 반사효과가 발생한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KT 실적을 절대적으로 ‘호황’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KT의 2분기 실적을 세부적으로 보면, 무선은 5G 중심 가입자 증가로 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1.6% 늘었고, 유선은 1.4% 증가했다. 초고속인터넷은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관련 매출이 2.1% 늘었다.
증권사들에 따르면 같은 기간 경쟁사의 유심 해킹 사고 여파로 약 31만 명의 5G 가입자가 KT로 이동했다.
기업서비스 매출은 4.5% 증가했고, AI·IT 분야는 클라우드·DBO(Design&Build) 수주 호조로 13.8% 성장했다. 계열사 KT클라우드 매출도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수요 확대로 23.0% 늘었다.
하지만 실적 급등의 ‘숨은 동력’은 부동산이었다. KT는 별도 법인 넥스트커넥트PFV(NCP)를 통해 옛 강북본부(구의역 일대) 부지를 기업형 임대주택 ‘리마크빌 이스트폴’로 재개발했고,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면서 일회성 분양이익이 3000억 원대 후반 반영됐다. 이 부동산 이익을 제외하면 2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 원대에 머물렀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정 관점에서 보면, ‘본업의 체력’이 폭증했다기보다 부동산 이익이 숫자를 끌어올린 효과가 더 컸다. 같은 분기 SK텔레콤이 사고 여파로 영업이익이 3383억 원까지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KT 조정 실적을 두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단기 실적 흐름과 별개로, 향후 성장 구조의 질적 개선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AI·클라우드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등 비경상 이익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다”며 “향후 주가와 투자 매력도는 일회성 요인 없이도 안정적인 이익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경쟁사 가입자 이탈과 단통법 폐지로 마케팅 경쟁 가능성이 있지만, 재무여건과 정부 모니터링 등을 감안하면 마케팅비 급등 가능성은 낮다”며 “KT의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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