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조합장 홍보물에 투표용지 삽입...중복투표 우려
선관위, “비대위 주장은 허위, 부정투표 있을 수 없어”
[하비엔=윤대헌 기자] 내달 초 조합장 선거를 앞둔 신월곡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각종 ‘부정행위 의혹’으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선거를 위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지만, 선관위 본연의 의무를 져버린 채 조합의 ‘아바타’로 둔갑했다는 것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지적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3일 조합장 선거를 치르는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선관위가 불법 선거 개입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선관위가 현 조합장인 김 모씨 등 특정 후보의 재선을 획책하고, 다른 후보의 선거활동을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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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모 조합장 후보 우편물에서 발견됐다는 투표용지. 비대위는 선관위에서 보관해야 할 투표용지가 조합장에게 넘어간 경위에 대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합원] |
▲ 투표용지 불법 발송에 이어 수령 못한 조합원 ‘속출’
비대위 조합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18일 조합원들에게 후보자별 공약 등을 담은 총회 책자와 김 조합장 및 러닝메이트 조합 임원들의 홍보 내용이 담긴 선거용 홍보물을 각각 발송했다.
문제는 ‘공정선거’를 유도해야 하는 선관위가 직접 특정 후보의 홍보물을 발송했다는 것이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김모 조합장의 홍보우편물에서 ‘우편투표용지’가 발견돼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투표 현장에 직접 갈 수 없는 조합원을 위해 선관위가 발송하는 우편투표용지는 총회 책자를 통해서만 발송돼야 한다. 그럼에도 특정 후보의 홍보물에 버젓이 끼워져 배포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편투표용지가 규정 이외로 유출돼 조합원이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확보하면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비대위의 한 조합원은 “선거 관련 우편물 발송은 선관위 소관인데, 우편투표용지가 김모 후보의 홍보물에 삽입돼 있다는 것은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방조한 셈이다”라며 “자칫 투표용지를 두 장씩 확보한 조합원들이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준다면 투표 결과의 왜곡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그 모든 책임은 선관위의 몫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합의 한 관계자는 “현 조합장이 투표용지를 삽입해 발송한 사실이 없다”라며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설사 투표용지가 여러 장 발송됐다 하더라도 정작 투표는 한 개의 투표용지만 인정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 만약에 투표용지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생하면 선거 자체가 진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편투표용지 불법 발송 논란에 이어 아예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조합원도 있다. 이는 선관위에서 김모 조합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조합원들에게는 발송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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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가 조합원들에 발송한 총회 홍보물 책자에는 김모 조합장의 대항마로 나선 후보의 주요 정보가 백지 상태로 누락돼 있다. [사진=조합원] |
▲ 홍보책자에 경쟁 후보자 및 임원 정보 누락…‘백지홍보’ 황당
후보별 공약 등이 담긴 총회의 홍보물 역시 불공정 투성이라는 주장이다. 현 조합장의 대항마로 나선 A 조합장 후보와 러닝메이트 임원들의 주요 정보가 누락된 ‘백지상태’의 홍보물이 제작됐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선관위가 김모 조합장 경쟁 후보의 홍보물을 임의로 훼손해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며 선관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비대위 조합원들이 제보한 자료를 보면, 총회에서 배포한 홍보물에는 김모 조합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주요 정보(소유면적, 인적사항, 이력 등)가 빠져 있다.
이에 비대위 측은 “공명정대하게 치러져야 할 조합장 선거에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이게 공정선거냐”라며 “현재의 선관위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조합의 ‘아바타’일 뿐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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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에서 배포한 투표용지의 직인란에는 인쇄된 도장이 찍혀 있다. [사진=조합원] |
▲ 일련번호·조합장 후보자 직인 누락…선관위 직인은 ‘복사본’
선관위의 ‘황당한 선거방식’은 이뿐 아니다. 선관위가 발행한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와 선관위원 직인이 없어 투표용지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다.
조합원 B씨는 “선관위가 배포한 투표용지를 보면, 직인을 인주로 찍은 것이 아닌 인쇄물로 대체돼 있어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투표용지를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다”며 “이렇게 불법으로 만들어진 투표용지는 특정 후보 당선에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또 서면우편투표에 신분증을 필수 첨부하도록 해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후보의 홍보책자를 발송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기입할 경우 해당 용지가 어떤 사람에게 갔는지, 또 투표 후 어떤 후보에게 투표를 했는지 파악할 수 있어 기입하지 않았다”며 “투표용지에 선관위 직인을 인주를 사용해 날인하지 않고 인쇄물로 대체한 것은 타 용지의 훼손 우려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월곡1구역은 조합장 선거에 앞서 지난 15일 치러진 대의원선거도 ‘불법 선거’ 의혹에 휘말린 상황이다.
조합 사무장이 입후보자들의 정당한 정견 발표를 가로막는가 하면, 후보자들이 부여받은 기호와 투표용지상 기호가 상이함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대의원 후보는 “선관위가 투표 날짜를 미루더라도 투표용지를 다시 인쇄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무장이 이를 무시한 채 투표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건을 총회에 부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론짓는 등 막강한 권력을 지닌 대의원회가 조합 입맛대로 구성돼 유감스럽다”며 “조합원을 기망하고 있는 조합과 선관위에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가처분 신청 등 소송도 불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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