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조정현 기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올해 하반기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 수주를 놓고 각축을 벌인다. 이번 수주전은 특히 이후 진행될 압구정·성수 지역 등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더욱 치열한 쟁탈전이 예상된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입찰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포스코이앤씨가 뒤늦게 가세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과 현대 양강 구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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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4구역 재개발지구. [사진=서울시] |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를 개발하는 한남4구역은 지상 최고 22층 50개 동 2331세대 규모의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 공사비 1조5700억원이 투입되는 이 단지는 일반 분양 비중이 높고 한강 조망이 가능해 사업성이 높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이 구역 재개발 사업에는 현재 국내 1·2위 건설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조합원들은 축제 분위기다. 경쟁입찰로 인해 시공사간 수주전이 치열할수록 공사비나 설계 등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고, 준공 후에도 단지의 가치 평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면 시공사의 경우 수주전 실패 시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
전국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양 사는 이번 수주전을 통해 ‘왕좌’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지만, 수주 실패 시 이후 진행될 압구정과 성수 등에서의 시공권 경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수주 결과에 따라 CEO들의 그룹 내 평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각 사 수장인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모두 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번 수주전 결과에 따라 남은 임기에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수주전은 그룹 내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이 때문에 고위임원이 직접 수주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석주 전 롯데건설 대표는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 대우건설에 패한 후 4개월의 임기를 남기고 사임을 표명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의 경우 해외 플랜트 전문가인 오 대표와 달리 업계에서는 ‘주택통’으로 알려진 만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윤 대표는 현대건설의 국내 주요 주택사업장에서 현장소장을 맡아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한남3구역 수주전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등극했고, 문어발식 수주로 취임 이후 동시정비 부문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남4구역은 윤 대표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수주에 성공한다면 ‘주택통’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지만, 실패 시 재검증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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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4구역 투시도. [사진=서울시] |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수주를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삼성물산은 ‘차별화’를 앞세워 조합원들의 표심을 흔든다는 전략이다. 한남뉴타운 내 유일한 래미안으로 랜드마크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만약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을 수주하면 한남뉴타운은 4개 구역이 모두 각기 다른 ‘빅5 건설사’ 브랜드로 채워진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수주심의를 끝내고 해외 설계사에 특화설계를 발주한 상태다. 또 전사적 역량을 담은 사업제안서를 조합원들에게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선 현대건설은 ‘브랜드 타운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수주한 한남3구역과 한남4구역을 묶어 8000여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남3구역과 관련해 현대백화점 유치 약속 이행과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수수료 공제 등의 부정적 이슈를 어떻게 해소시킬 지가 관건이다.
또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남3구역보다 월등히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 역시 부담이다. 자칫 한남3구역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래저래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한편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9월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예정이다. 이후 현장설명회 등을 거쳐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께 선정총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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