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윤대헌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자 한진그룹 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및 재계 일각에선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재평가해야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180억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오너 일가가 검찰에 고발당한데 이어 최근 검찰 수사가 본격 이뤄짐에 따라 조 회장의 검찰 소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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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 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
업계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유럽의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가 비행기 판매를 위해 전 세계 항공사를 상대로 로비를 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2020년 대한항공 역시 180억원 정도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너 일가가 검찰에 고발당됐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 프랑스 금융검찰청과 에어버스가 맺은 공익사법협약 문건을 보면, 1996년부터 2000년 사이 에어버스가 대한항공과 3건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총 10대의 항공기를 구매하는 대가로 에어버스는 대한항공 고위 임원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는 게 유럽 공동수사팀의 조사 결과다.
이 문건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2010년부터 3차례에 걸쳐 1500만달러(한화 약 180억원)를 대한항공 측에 보냈고, 중개상을 통하거나 대한항공과 관련이 있는 미국의 대학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돈을 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20년 채이배 의원(당시 민생당)이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참여연대 등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유럽 공동수사팀에 사법공조를 요청했고, 지난해 말 자료를 넘겨받아 최근에서야 수사에 본격 나섰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측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매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조원태 등 총수 일가 연루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측은 “대한항공 측의 리베이트 수수 사실 자체는 이미 해외 수사기관에서 확인된 만큼 검찰은 리베이트로 수수한 자금의 최종 수령자가 누구인지, 자금의 용처는 무엇인지, 조원태·조현아 등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이 사건에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회사 경영진에 대한 이사의 감시·충실의무 방기와 사익편취가 회사와 주주를 넘어 국민경제 전체 이익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사건의 당사자인 대한항공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 모두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자성과 개선의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은 특히 당시 경영전략본부장직을 맡아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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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
조 회장을 둘러싼 잡음은 비단 이뿐 아니다. 인하대 부정 편입·졸업 논란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난매의 난’(경영권 다툼), 대장동 50억 클럽 연루 등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취임 당시 총수로서의 ‘자질 부족’을 이유로 퇴진 촉구까지 받았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연루 등에 대해 모두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180억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총수 일가는 리베이트 직접 수령 여부와 무관하게 당시 대한항공 등기이사로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참여연대 측의 주장이다.
이는 상법상 이사는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측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이번 리베이트 사건 이전에도 지난 1990년대에 미국과 프랑스 항공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해외 자금도피로 세금을 포탈한 전력이 있다”며 “검찰은 과거의 사례를 참고해 대한항공 조씨 일가가 또 다시 회사자금 유용과 부당한 사익편취를 자행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각 기업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총수와 경영진의 부당한 사익편취는 기업의 손실은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희생해야 점을 감안해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국내 최대 항공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너 리스크에 기업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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