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20년 의장직 고수로 금융개혁 역행 논란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3 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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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금융지배구조 개혁과 정면충돌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2004년부터 20년 넘게 유지해온 이사회 의장직이 새 정부의 개혁 기조에 명백히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해상은 상장 보험사 중 유일하게 오너가 20년 이상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4년 7월부터 '책무구조도' 제도를 본격 도입하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적 장치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목표로 한다.

 

 

  현대해상 본사와 정몽윤 회장. [사진=현대해상]

 

 

현대해상은 외형상 정몽윤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이석현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분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최대주주인 정 회장이 의장직을 유지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적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낮은 출석률과 높은 보수


정몽윤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매우 저조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0년 11.1%로 최저점을 기록한 후 2023년 88.8%로 개선됐으나, 여전히 업계 평균 96%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2021년 현대해상에 출석률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2024년 총 27억4100만원(급여 9억3700만원, 상여 17억6500만원, 기타 39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해 '연봉킹'에 올랐다. 이는 같은 해 삼성화재 이문화 사장의 16억900만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현대해상의 순이익이 삼성화재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회계 투명성 논란과 소송 건수 급증


현대해상은 보험부채 산정 기준인 CSM(계약서비스마진) 산출 과정에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2024년 예상손해율을 99%로 설정해 실제손해율 101.5%(일부 보도에서는 102%)보다 2.5-3%포인트 낮게 잡으면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추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CSM을 인위적으로 증가시켜 이익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해상의 법적 분쟁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소송 건수가 2020년 707건에서 2023년 968건으로 37% 증가했으며, 이는 삼성화재와 함께 업계 최다 수준이다. 특히 현대해상의 소송 승소율은 31%로 업계 평균 40%를 밑돌아 근거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이재명 정부의 금융개혁 기조


이재명 정부는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국정과제로 삼고 금융사의 경영 투명성과 책임경영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는 부동산 중심에서 산업·자본시장 중심으로 금융구조 전환을 추진하면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거래소 방문 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강조하며 시장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 해소를 위한 엄정한 제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현대해상의 현재 지배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의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 사실상 이사회가 사외감시 기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은 20여년간 맡아온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증권가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책무구조도를 넘어 지배구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 리스크 통제 기능이 약화된다"며 "지배구조법에 최대주주의 의장 겸직 제한과 해임 명령 조항 추가 등 규제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현대해상은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몽윤 회장의 의장직 분리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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