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증거 인멸’ 1심 무죄…시민단체 “갑질에 면죄부” 반발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1 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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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던 중 회사 컴퓨터를 대거 바꾸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검찰 수사가 아닌 공정위 조사에 대비한 행위였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판결 사유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은 지난 2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중공업 임직원 A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2018년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PC 102대, 하드디스크 273개를 교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D현대중공업.

 

공정위는 조사를 방해한 현대중공업에 1억원, 직원에게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별도의 형사 조치는 하지 않았다. 하도급법과 파견법에 따르면, 공정위와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거부·기피하는 행위(자료 은닉, 폐기 등)는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건 당시 현대중공업의 주된 관심사는 검찰 수사가 아닌 공정위 조사 대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게 증거인멸의 고의가 명백히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형법상 증거인멸 혐의가 인정되려면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의도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가 형사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보다 훨씬 중요한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지만 증거인멸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며 이는 하도급법상 조사방해 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만 보는 법체계에 따른 부득이한 결론이다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참여연대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조선3사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 측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증거인멸 무죄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이 있은 후 3년 만에 내려진 판결은 이렇듯 갑질 행위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판결로 점철됐다”며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러한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말로는 ‘공정위 조사가 검찰수사보다 훨씬 중요하므로 이를 방해받은 사실은 크게 비난 받아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지만, 정작 결론은 하도급 불공정 거래를 영속시키고, 불법 갑질에 대한 조사마저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도출하고야 말았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 교육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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