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T 해킹에 전 이용자 위약금 면제 조치 주문

박정수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9 15: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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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94대 악성코드 103종 감염…통신사 최악 수준
KT, 고객 보상과 정보보안 혁신 확정 후 조속히 발표

[HBN뉴스 = 박정수 기자] 정부가 29일 KT에 해킹 방지 소홀로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전 이용자를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T·LGU+ 침해사고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버 94대가 악성코드 103종에 감염돼 있었고 통화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었던 KT가 이용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실시 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관 합동 조사단이 KT 서버 3만3000대를 6차례에 걸쳐 점검한 결과 서버 94대가 BPF도어(BPFDoor), 루트킷, 디도스 공격형 코드 등 악성코드 103종에 감염돼 있다.

 

KT는 작년 3월 감염 서버를 발견하고도 정부에 알리지 않고 서버 41대에 대해 코드 삭제 등 자체 조치로 무마해 피해 파악이 늦어졌다.

 

BPF도어 등 악성코드는 2022년 4월부터 인터넷 연결 접점이 있는 서버의 파일 업로드 과정의 취약점을 통해 서버에 침투한 것으로 파악됐다. 루트킷 등 악성코드는 방화벽, 시스템 로그 등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공격자의 침투 방법 등을 판단할 수 없었다.

 

서버 감염과 별도로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이 통신망에 무단 접속해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전화번호 탈취 피해를 본 이용자는 2만2227명, 무단 소액결제 피해자는 368명, 피해액 2억4300만원으로 중간 조사 결과와 변동이 없었다.

 

다만 통신 결제 관련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은 기간인 작년 7월 31일 이전의 피해 규모는 확인이 불가능해 추가 피해 여지는 미궁으로 남게 됐다.

 

조사단은 경찰이 무단 소액결제범들로부터 확보한 불법 펨토셀을 포렌식 분석한 결과 이들 기기에 KT 망 접속에 필요한 KT 인증서 및 인증 서버 IP 정보와 해당 기지국을 거쳐 가는 트래픽을 가로채 제삼의 장소로 전송하는 기능이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단말기에서 코어망에 이르는 통신 과정에서 암호화가 풀리면서 ARS, SMS 등 결제 인증 정보가 탈취됐을 뿐 아니라 이용자의 문자, 통화 내용이 유출되는 일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이폰 16 이하 기종 등 일부 단말기에는 KT가 암호화 설정 자체를 지원하지 않고 있었다.

 

조사단은 KT의 펨토셀 관리 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해 불법 펨토셀이 KT 내부망에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었다며 인증 서버 IP의 주기적 변경 및 대외비 관리 등 보안 관리 개선책을 요구했다.

 

모든 펨토셀 제품이 동일한 제조사 인증서를 사용하고 있어 이를 복사하면 정상 펨토셀이 아니더라도 KT 망에 접속할 수 있었고 타사 또는 해외 IP 등 비정상 IP를 차단하지 않고 있었으며 정상 정보인지 검증 체계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KT 보안 조치의 총체적인 미흡이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약관에 명시된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부합하며 특히 평문의 문자, 음성 통화가 제삼자에게 새어나갈 위험성은 소액결제 피해를 본 일부 이용자에 국한된 것이 전체 이용자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면제 대상 소급 적용 범위 등에 대해 KT가 지난 SKT 사례처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적절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위약금 면제 범위와 고객 보상안을 논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KT에 재발 방지 이행 계획을 내년 1월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6월까지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KT는 "민관 합동 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고객 보상과 정보보안 혁신 방안이 확정 되는 대로 조속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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