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4000억원대 강남빌딩 ‘법정 분쟁’…신용공여은행서 수탁사로

박정수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3 13: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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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박정수 기자] 횡령 등 온갖 금융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우리은행이 이번에는 시가 4000억원대 ‘강남빌딩’과 관련해 법정 분쟁에 휘말렸다. 문제의 빌딩은 지난 2011년 완공 이후부터 삐걱대기 시작해 시행사인 시선RDI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간 소유권 분쟁이 일어났고, 10년 넘게 민·형사 재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이후 지난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JR자산운영이 매수했고, 현재 등기상 소유주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빌딩의 시행 당시인 지난 2008년 신용공여(대출) 주관 은행으로 참여해 16년간 시선RDI와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강남빌딩’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앞서 본지에서도 보도(2021년 11월24일자)된 바 있다. 10년 넘게 수 많은 송사에 휘말렸던 문제의 빌딩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15층짜리 바로세움 3차(현 에이프로스퀘어)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교보타워 바로 뒤편에 위치한 이 건물의 현재 호가는 4000억원대에 달한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 민사부는 오는 8월29일 시행사인 시선RDI가 현 소유주인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시선RDI는 앞서 지난 2021년 두산중공업과 우리은행 등 금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에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와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재판은 지난 6월13일 최종 변론기일을 마친 상태다.

 

그간 수 많은 소송에서 패소했던 시선RDI가 만약 이번에 승소한다면 10여년 만에 소유주가 바뀌어 관련 업계에 큰 파문이 예상된다.

 

최초 해당 빌딩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지난 2014년 대법원이 두산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시선RDI는 지난 2019년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관련 소송을 진행하던 중 이번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및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등의 소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신탁사로 참여한 한국자산신탁은 바로세움 3차를 공매 처분해 지난 2014년 4월 엠플러스자산운용(1680억원)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후 2019년 4월 마스턴자산운용(2040억원)에 이어 2022년 4월 JR투자운용(3080억원)이 매수해 현재 수탁사인 우리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시선RDI는 그러나 이번 소송은 앞서 진행된 소송과는 별개의 소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물 완공 후 최초 등록하는 소유권보존등기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2011년 1월 빌딩 완공 이후 시공사와 신탁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잘못된 만큼 이후 진행된 모든 소유권이전등기 또한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과정에서 피고가 법원에 제출한 부동산 매매 계약서 등을 통해 지난 2011년 2월 두산중공업이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에 심각한 오류를 발견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시선RDI 측에서 소유권보존등기가 잘못됐다는 주장은 이렇다.

 

우선 해당 빌딩이 집합건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기가 이뤄졌고, 법원에서 수리된 소유권보존등기가 건축물대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기를 접수한 법무사가 시선RDI와 계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부동산등기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빌딩의 소유권보존등기는 지난 2011년 2월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과에 접수됐다. 하지만 시선RDI는 등기 당시에는 건물 내부공사(벽체경계 및 바닥 경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11년 2월8일 서울 서초구청에 접수된 건축물대장에는 지하 5층~지상 15층 사이 각 층의 구분과 층별 업무시설, 제1종근린생활시설 등이 간략하게 기록돼 있다. 하지만 소유권보존등기에는 건축물대장 내용에 각 층별 사무실 호수까지 모두 기록돼 있다. 두 서류가 일치하지 않는다.

 

부동산등기법 29조(신청의 각하)는 ‘신청정보 또는 등기기록의 부동산의 표시가 토지대장·임야대장 또는 건축물대장과 일치하지 아니한 경우’ 등기관이 이를 각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소유권보존등기를 접수한 것은 A 법무사다. A 법무사는 시선RDI의 대리인 자격으로 서류를 접수했지만, 정작 시선RDI는 대리 업무를 계약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당시 두산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시행사 인감을 A 법무사에게 줘 임의로 등기를 시켰다는 것이 시선RDI 측의 주장이다.

 

그간의 소송을 통해 알려진 바로세움 3차와 관련된 의문점(본보 참조)은 한 둘이 아니다.

 

시선RDI는 이번 소송을 통해 또 다른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그간 수 차례 손바뀜이 일어났지만,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것이다. 수탁사는 등기상 소유주일 뿐 펀드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보통주를 소유한 자’다.

 

지난 2011년 5월31일 두산중공업은 자본금 1만원의 ‘더케이’라는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2014년 4월 엠플러스자산운용에 매각한 이후 2019년 4월 마스턴자산운용, 2022년 4월 JR투자운용에 매각되기까지 각 펀드가 실소유주인 셈이다.

 

이에 김대근 대표는 JR 32호 펀드의 보통주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JR 32호 펀드와 우리은행이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관련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지 않고 있고, 해당 문서는 특히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제출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JR투자운용은 일반 투자자 명단만을 제출해 보통주 소유자를 알 수가 없다.

 

김 대표는 또 JR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건물 매수 당시의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의 승계동의서를 확인했다.

 

지난 2013년 당시 책임임차에 관여했던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주인 바뀌었음에도 지금까지 왜 책임임차 동의 주체로 남아 있는 것일까.

 

두산중공업의 해당 건물에 대한 책임임차 기간은 2013년 12월24일~2023년 12월23일로, 자료를 제출한 지난 5월은 이미 만료된 상태다.

 

두산중공업의 승계동의서에는 ‘목적물(바로세움 3차)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책임임차 기간은 JR 32호의 만료일인 오는 2027년까지라는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은 ‘2023년 12월23일자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이다.

 

해당 건물의 매매 과정에서는 통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달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또 있다.

 

그간에 이뤄졌던 3차례의 매매 과정에서는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주고받은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김대근 대표는 “수 천억원에 달하는 건물을 매매할 때 계약금 없이 진행했다는 것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신뢰가 대단하거나, 실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이는 경우다”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22년 4월 매매 당시 계약서에는 ‘시선RDI와의 문제’에 대해서는 보증할 수 없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지난 2021년 시선RDI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우리은행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모르고 매매를 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한 매체를 통해 “우리은행은 JR 32호의 수탁사일 뿐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등은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 후 진행됐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소송과 관련된 피고 측은 “해당 빌딩은 이미 수 차례에 걸친 소송을 통해 문제 없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더 이상의 소송은 의미가 없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김대근 대표는 “이번에는 그동안 한 번도 진행하지 않은 새로운 소송을 한 것이다. 무효의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 등에 대해 피고들은 어떠한 반박도 주장하지 못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소송을 진행했고, 이제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당시 신용공여 은행으로 참여해 시선RDI와 인연을 맺은 우리은행은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재까지도 소송이 진행 중인 해당 건물의 수탁을 14년이 지난 후에 맡았을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취임을 통해 각각 ‘새로운 기업문화 수립’과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했지만, 우리은행을 둘러싼 여러 잡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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