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측 재해 은폐 의혹 제기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지난 29일 처음으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연쇄 산업재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올해가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을 걸고서라도 강력한 단속과 실질적 감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으며,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징벌적 배상과 투자·대출 제한 등 초강경 대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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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
◆ HD현대중공업 노조, 산재 은폐 주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업무 중 재해를 당한 노동자에게 치료를 중단시키고 부당한 압력과 회유, 협박을 통해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는 "HD현대중공업에서 무려 476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임을 당했다"며 "말 그대로 죽음의 공장,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으로 얼룩져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4년 12월 골리아스 8호기 전기 폭발 사고에 대해 "고전압의 활성 전기를 차단하지 않고 수리작업을 강요당하면서 일어난 중대성 재해"라며 "두 명의 노동자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재해자가 부산의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HD현대중공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재해자에게 회유와 협박으로 산재 요양을 종료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HD현대중공업, '더 세이프 케어' 안전제도로 대응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같은 날 새로운 안전보건 경영체계인 '더 세이프 케어(The Safe Care)'를 오는 18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는 추락·끼임·감전·질식·화재 등 9가지 핵심 위험 요소를 '절대 불가 사고'로 지정하고, 관련 안전수칙을 위반할 경우 실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즉시 작업을 중지하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예측 가능한 중대재해의 발생 가능성 자체를 현장에서 완전히 근절하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이라며 "선제적으로 산업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국가적 재해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창사 이래 476명 사망 기록한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이력을 살펴보면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노조 발표에 따르면 1974년 창사 이래 47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최근 주요 사고만 봐도 2024년 2월 쉐난도 탑 사이드 블록 스키딩 작업 중 APS 이탈로 60대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같은 해 10월 26일에는 30대 노동자가 메탄올 탱크 밀폐공간에서 아르곤 가스 질식으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화상 사고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감독에 착수했다. 화상을 입은 재해자들이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만약 재해자들이 6개월 이상 치료를 받게 되면 HD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 노사 간 첨예한 대립 속 산업안전 담론의 향방
HD현대중공업의 새로운 안전제도 발표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개선 없이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친다"며 회사의 근본적인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도장부 원하청 노동자들의 피부발진 문제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인 무용제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사용중단과 전문기관의 유해성 검사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개인의 알레르기로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산재 예방 의지가 현장 노동자와 노조의 목소리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노사 간 신뢰 회복과 실질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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