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紙說]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되새기는 조용한 봉축의 의미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5-18 09: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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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의 불빛처럼, 어둔 세상을 밝히는 자비의 마음이 되라
-연등 하나에 담긴 위로와 나눔, 그리고 자비의 서원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며 세상의 아픔을 함께 품는 불자의 길

불자 여러분, 어느덧 5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사람들의 옷차림은 더욱 가벼워졌지만,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쉽게 걷히지 않는 무거움 또한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국내 또한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불안으로 많은 이들이 깊은 시름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스승의 날을 지나며 삶의 길을 밝혀 준 은혜를 되새기고,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게 되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었습니다.

 

전국의 사찰마다 연등이 걸리고, 불자들의 손길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분위기는 예년처럼 화려함과 들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많은 사찰과 불자들은 어려운 시대일수록 더욱 조용하고 경건하게, 그리고 품위 있게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고자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정한 봉축은 겉모습의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함께 품고 살아가려는 자비의 실천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법화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두운 방 안에 등불 하나 밝히면 천년의 어둠도 사라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등불입니다. 원망과 분노가 아니라 이해와 위로의 빛, 탐욕과 다툼이 아니라 나눔과 배려의 빛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작은 연등 하나는 그저 작은 것이 아니라 큰 마음을 더 하는 일을 하는 단지 전통의식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 어둠을 비추고 세상을 향해 자비를 서원하는 수행의 행위입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 오신 날은 단순히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왜 이 땅에 오셨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삶을 남기셨는지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권력 있는 자의 곁보다 고통받는 중생의 곁으로 먼저 다가가셨고, 가진 자보다 외롭고 가난한 이들의 손을 먼저 잡아 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비이며, 불자가 걸어야 할 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경쟁하고, 함께 나누기보다 자신의 몫만을 지키려 합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불자들은 더욱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둠을 이기듯,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은 절망 속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승의 날을 지나며 우리는 삶의 가르침을 주었던 모든 인연에 감사해야 합니다. 부모와 은사, 도반과 이웃까지도 결국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 소중한 스승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인연 속에서 배움을 찾으라 하셨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곧 수행의 시작이며, 겸손은 깨달음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불자 여러분, 다가오는 부처님 오신 날, 전국의 사찰마다 울려 퍼질 범종 소리와 연등의 물결이 단지 축제의 풍경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불빛 하나하나가 어려운 이웃을 향한 자비의 마음이 되고, 지친 세상을 위로하는 희망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부디 모든 불자 여러분께서 조용하지만 깊은 마음으로 봉축의 의미를 새기시길 바랍니다. 화려함보다 진심을, 보여주기보다 실천을 앞세우며, 부처님의 자비를 삶 속에서 피워 가시기를 바라며, 이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불자들의 맑고 따뜻한 마음이 세상을 밝히는 큰 연등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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