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풍전등화에도 표정관리? 메리츠금융...10만 고용·개인투자자 '무풍지대'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9 11: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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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시 최대 10만명 고용 충격, 무담보 개인투자자도 '위험 전가' 논란
시장 일부 "자금 투입 시 배임 리스크 부담 가능성", 주주가치 영향 우려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대형 마트 2위 홈플러스의 운명이 중대 기로에 놓인 가운데, 자본시장의 냉혹한 현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조원 대의 막대한 대출을 실행한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은 수조 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를 확보해 '원금 회수'에 무리가 없는 반면, 홈플러스의 이름값만 믿고 전자단기채권(전단채) 등에 투자한 무담보 개인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손실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 홈플러스 사태...더딘 회생의 늪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1년 가까이 뚜렷한 정상화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3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확보를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했고, 최근 1000억 원의 자금을 직접 투입하며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나머지 2000억 원을 분담해야 할 산업은행과 메리츠금융 측이 자금 투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기업의 ‘청산(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불안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직간접 고용 인력을 포함해 최대 10만 명의 대규모 실업 사태와 협력업체 연쇄 도산 등 막대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월1일 영업중단에 들어간 홈플러스 계산점 [사진=연합뉴스]

◆ 최대 채권자 메리츠, 쏟아지는 비판의 이유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시선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으로 쏠리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는 메리츠금융이 사태 해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총 채권의 절반에 가까운 약 1조 2천억 원을 대출해 준 1순위 채권자다. 대출의 대가로 전국 핵심 점포 62곳, 감정가 최소 2조 8천억 원에서 최대 4조 8천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았다.

회생이 무산돼 청산에 이르더라도, 메리츠는 담보 처분으로 원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다.

비판의 핵심은 메리츠금융이 이러한 ‘안전망’을 바탕으로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있다.

메리츠금융은 대출 1년 만에 이자와 수수료뿐만 아니라 원금 상환까지 포함하여 총 약 2561억 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수익을 올렸음에도, 기업을 살리기 위한 1000억 원의 구제금융 지원에는 난색을 보이며 청산 가치 보장만을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회생을 방관하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반면, 후순위 채권자인 우리금융그룹(우리투자증권)은 담보가 없음에도 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대조를 이뤘다.

◆ 겹겹이 담보 친 기관, 사각지대에 방치된 개인투자자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정보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의 처지다. 홈플러스가 협력업체 대금 결제 등을 위해 발행한 전자단기채권(전단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법적 변제 순위에 따르면, 기업 청산 시 확보된 자금은 ‘선순위 담보권자’인 메리츠금융 등에 가장 먼저 돌아간다. 현재 책정된 홈플러스의 청산 가치로는 선순위 채권자들의 빚을 갚고 나면 무담보 일반 채권인 전단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자본시장의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과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대형 금융기관은 수많은 전문가를 동원해 리스크를 분석하고 겹겹의 담보를 설정해 위험을 분산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대형 마트’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증권사 창구의 권유에 의존해 투자했다가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더욱이 개인투자자들은 담보도 없고 채권단 내 의결권 비중도 미미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협상력조차 상실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금융사의 주주 이익 보호 vs 사회적 책임, 균형점 찾아야

물론 금융회사인 메리츠금융 입장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무리한 자금 지원(배임 우려)을 경계하고, 정당하게 맺은 계약에 따라 담보권을 행사하는 것을 불법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규모 유통 기업의 몰락이 가져올 거시 경제적 타격과, 금융 구조의 취약층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고려할 때 대형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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