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의성 "'모범택시' 지하감옥세트, 마음 무거웠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06-01 06:00:28
  • -
  • +
  • 인쇄

[하비엔=노이슬 기자] 지난달 29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모범택시'는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억울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해 사적 복수 대행을 펼치며 악을 처단하는 '무지개 운수' 팀의 활약이 안방에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 중심에는 자신도 범죄 피해자로써,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살피는 경찰 산하의 '파랑새 재단' 대표와 '무지개 운수'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소탈한 시민 장성철이 있었다. '악역'으로 대중에 익숙한 배우 김의성이 장성철로 분해 새로운 변신을 하며 '모범택시'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다.

 

 

종영에 앞서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하비엔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의성은 "6개월동안 100명 넘는 사람들이 함께 했는데 아무일 없이 마무리되서 기쁘다. 스태프들 얼굴을 다 못 봤다. 저희가 예상 못할 정도로 뜨겁게 좋아해주시고 응원주셔서 그 부분이 제일 놀라웠다.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마쳐서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범택시'(극본 이지현, 연출 박준우)는 방송 첫 주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 PD가 연출한 만큼 실제 사회문제를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부터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까지 매회 시청자들에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다소 수위가 높다는 지적도 나왔던 바. 김의성 역시 '수위'에 대한 부분이 신경 쓰였다.

 

"준비하면서 여러 걱정들이 있었다. 범죄 묘가 수위도 높았고 주제 자체가 사적인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베트맨', '슈퍼맨' 등 히어로들도 사적 복수 아닌가, 공권력을 비웃으면서 부족함을 얘기하는 히어로. 상상할 수 있는 가능한 이야기니 오락으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1회부터 장애인을 향한 폭력 묘사가 수위가 높아서 마음에 걸렸다. 범죄를 재구성해 재연하는 것이라지만 시청자로써 마음이 안 좋았다. 그리고 2회에서 복수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오더라. '캬 이 맛이지' 그 순간은 드라마와 시청자가 약속을 맺는 순간이었다. 무리한 설정도 그 '약속' 더군에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전화위복이 됐던 순간이다."

 

 

극 중 범죄 피해자로써 사적 복수를 실행하지만, 실제 김의성은 '사적 복수'를 찬성하진 않는단다. "사실 대한민국은 근현대사를 통해서 꾸준히 개선되고 잘 감시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고도화 되면서 법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누구에게나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렇기에 우리 드라마의 기획이 사람들의 가려운 곳, 아픈 곳을 만져준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으로 극 중 장성철이 임대하고 지하금융계의 대모로 불리는 백성미(차지연)이 소유한 감옥은 세트장을 보는 순간부터 "큰 죄를 짓는 기분"이었단다.

 

"지하감옥세트를 처음 들어갔을 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이 보통 죄수들이 양 옆으로 갇혀있는 형태와는 달리 이걸 땅으로 판 것을 보고 '세상에 누가 이런 권리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말 이 장대표는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감옥은 언젠간 풀어줘야 한다. 장 대표도 죄를 짓고 있기에 사필귀정으로 가야했다. 14회에서 백성미가 내 눈을 바늘로 찌르는 장면을 시나리오에서 보고 벌 받아 마땅하다 생각했다. 육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벌을 받아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김의성은 "감옥을 설계하고 백회장이랑 손을 잡은 행위 자체가 원죄라고 생각이 든다. 결국 멤버들도 다 피해를 보지 않나. 김도기(이제훈) 없으면 모두 나약한 존재들이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김의성은 장성철 캐릭터의 이중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단다. 그는 "둘다 장성철이다"며 둘 중에 하나를 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심하게 아픈 사람이다. 분열증적인, 분열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아물지 않은 흉터, 이런 것들이 일종의 괴물로 만든 것이다. 그러고나서부터는 좀 쉬워졌다."

 

다양한 사회 문제가 다뤄졌지만 김의성이 가장 마음 쓰였던 에피소드는 바로 '학원폭력 에피소드'다. "극 중 장성철이 '누군가에게는 학창 시절의 좋은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일 수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요즘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촉법소년 같은 논쟁도 많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문제를 다뤄보는 것, 납득할만한 정도의 벌을 주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최근 연예계에 '과거 학폭'이 논란이 된 바. '모범택시' 역시 에이프릴 이나은이 촬영을 진행했으나, 학폭 논란으로 하차했다. 김의성은 "아직 성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그런 일들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도를 넘어서는 끔찍한 일들... 그런 문제는 엄격하게 처벌하고 보호한다. '애들이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과하고 넘어가야 하는 일에 모두가 달려들어 말을 덧대고, 거짓말을 더하면 옥석을 가리기 힘들어진다. 그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책임하게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사진=키이스트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