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 나선 코오롱, 이규호 부회장 ‘실적 부진’ 만회할까

하비엔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08-02 19: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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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 ‘건설·상사-자동차’ 부문으로 인적 분할
이 부회장, 코오롱FnC 실적 부진 만회가 경영승계 관건

[하비엔=박정수 기자] 코오롱그룹의 ‘4세 경영’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식이라도)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단 한 주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대표는 ‘오너가의 장남’이라는 프리미엄을 뛰어넘어 이번 시험대를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를 맡을 당시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이를 만회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20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건설·상사 부문의 코오롱글로벌과 자동차 부문 신설 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조직을 인적 분할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인적 분할을 통해 BMW,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 부문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분할되고, 기존 건설과 상사, 코오롱스포렉스 등의 자회사는 존속 법인인 코오롱글로벌에 남는다.

 

▲ 코오롱글로벌.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로 보유 자산 가치 기준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은 75대 25의 비율로 인적 분할된다는 것이 코오롱글로벌 측의 설명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사업 구조 개편·확장을 통해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부문장인 이규호 부사장과 BMW 부문장인 전철원 부사장이 신설 법인의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부문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12% 이상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역시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이번 인적 분할에 대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으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선 ‘경영승계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코오롱그룹은 그간 ‘장자 승계’를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이규호 부사장의 이번 대표 선임은 그룹 총수를 염두에 둔 일종의 절차라는 얘기다.


이 때문일까. 이번 인적 분할과 함께 코오롱글로벌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 차입금을 몰아줬다는 지적이다.


코오롱글로벌의 전체 자산은 2조4450억원(3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넘겨받는 자산은 6190억원으로 25.32%에 불과하다. 반면 차입금은 전체 625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73억원을 넘겨받는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차입금 의존도는 무려 57.7%에 달해 코오롱글로벌의 차입금 의존도(14.6%)보다 4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코오롱글로벌이 차입금을 신설 법인에 몰아준 셈이다.

 

▲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 [사진=코오롱]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이규호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1984년생으로 30대인 이규호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상무보와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간의 사업 성과는 다소 아쉬운 수준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대표를 맡았다. 당시 FnC 부문 매출액은 2018년 1조456억원에서 2019년 9729억원, 2020년 8680억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이 부회장은 또 2018년 설립된 사내 스타트업 리베토코리아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공유주택사업을 펼쳤던 리베토코리아는 3년 연속 적자를 냈고, 결국 2020년 7월 이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달리 2020년 11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을 맡을 당시만 해도 호실적에 한 몫을 담당했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경영 능력에 따라 주식을 양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부회장은 현재까지 이 명예회장이 보유한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을 단 한 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 평가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사업 성과가 나타나는 내년부터가 본격적이자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과연 ‘후계자 밀어주기’식 경영승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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