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3주구, ‘꼼수 대출’로 이주비 조달 ‘논란’…삼성물산이 배후?

윤대헌 / 기사승인 : 2022-02-16 17: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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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끼리 ‘위장전입’ 품앗이 후 전세대출금으로 이주비 충당
삼성물산 직원이 ‘꼼수대출’ 언질…녹취파일·카톡 등 공개 파장

[하비엔=윤대헌 기자] 정부 규제로 이주비 대출이 막히자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꼼수 대출’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조합원간 허위로 전세계약을 맺은 후 전세자금 대출을 이주비로 충당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불법행위는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된 반포주구3단지(이하 반포주구)와 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3차 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꼼수 대출’의 배후가 시공사인 삼성물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세 맞교환 등을 통해 재건축조합원들이 이주비를 해결하는 경우를 소문으로만 들어봤지만, 실제 사례가 발각된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클린 수주’와 ‘준법경영’을 앞세운 삼성물산이 배후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삼성물산이 지난 2020년 반포3주구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에게 전세계약서를 이용해 이주비를 불법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SNS를 통해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조합원]

 

16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임차보증금반환대출로 이주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이주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합원들끼리 서로의 집에 전세를 드는 일명 ‘전세 스왑’에 대해 조합원들과 대면 접촉 또는 SNS를 통해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A씨가 B씨의 집에 세를 들고, B씨는 C씨에, C씨는 다시 A씨의 집에 세를 드는 방식이다. 

 

반포주구 조합원이 본지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이주비 대출이 막혔지만 1.9%대 금리로 사업비 차입이 가능하다. 임차보증금반환금 명목으로 사업비를 책정하고 총회결의를 거치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삼성물산 관계자와 조합원이 SNS를 통해 나눈 대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특히 “‘이주비’라는 명목으로 사업비를 책정하면 차입이 안 된다, 반환금을 너무 높게 정하면 은행이 이를 유사이주비로 간주할 수 있어 적정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등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안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임차인을 받지 않고 직접 실거주하는 조합원의 경우 “‘꼼수’를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라는 의미다.

 

▲ 삼성물산이 지난 2020년 반포3주구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에게 ‘전세 대출을 이용한 이주비 불법 수령 꼼수’를 알려 준 녹취록. [사진=조합원]

 

또 다른 삼성물산 직원은 조합원과의 통화에서 “대비를 하셔야 한다. 임차보증금반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대차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원베일리 조합원들이 다 그런 식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쓰셨다”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래미안 원베일리 김모 조합장은 ‘전세 스왑’을 활용해 적발됐다.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부동산중개업자에게 부탁해 빈집에 허위로 전입신고를 한 후 이를 통해 수 억원대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또 장모 역시 김씨와 전세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모 조합장의 종전 주택 등기부등본을 확인 결과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5억3000만원을 대출받았고, 같은 날 조합으로부터 약 5억5000만원을 빌렸다.

 

재건축을 위해 기존 주택을 철거할 경우 통상 종전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주비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LTV) 제한으로 이주비 마련이 쉽지 않다.

 

특히 지난 2019년 12월16일 부동산대책 이후 초고가 아파트 공시가격 15억원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금지되면서 강남재건축조합원들의 이주비 마련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단, 종전 주택에 임차인이 있을 경우 조합이 임차보증금을 임차인에게 우선 내주고, 조합이 추후 조합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임차인보증금반환을 위한 대출법’에 근거한 것으로 따로 조합 정관 등에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이같은 법적 근거를 삼성물산이 악용해 조합원들에 귀띔해준 것이다.

 

▲ 지난 2020년 5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시공권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당시 삼성이 수주 때 3조원을 직접 조달할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 관계 법령을 무시하고 조합원들을 범법자로 내몰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사진=조합원]

 

‘전세 스왑’의 경우 이주비 조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전세금도 시세보다 높게 책정됐다. 반포주구 전세가는 이주 당시 2억원대 초·중반에 형성됐지만, 본지가 입수한 조합원 등기에는 5억원에서 많게는 7억1000만원까지 전세대출이 잡혀 있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행태는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건축 시공사는 추가 이주비를 제공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제안할 수도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구성해 최근 2기가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쇼’에 불과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반포주구 뿐만 아니라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들도 같은 방식으로 불법을 ‘알선’했을 것이다”라며 “조합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데 삼성물산이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측은 “조합원들의 이주비나 전세대출에 대해 회사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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