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홍세기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가운데,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도 함께 진행된다. 시·도 교육감은 그 지역의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는 교육행정 최고 책임자다. 그동안 교육감의 정치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추진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을 겪어왔다. 또 ‘교육 대통령’이라는 교육감을 선출하는 과정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혀 귀감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경우 여타 다른 선거 못지 않게 치열한 정치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들이 기대하는 교육에 대한 신념과 학식, 덕망을 갖춘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라고 하기엔 낯 부끄러운 모습들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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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일 수도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교추협)는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 협약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실제로 3선을 노리고 있는 조희연 후보의 재선까지의 선거를 살펴보면, 정치적 스탠스가 비슷한 보수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진보 단일 후보였던 조희연 교육감이 2014년, 2018년 연속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2014년 6‧4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에는 고승덕‧문용린 후보 등 보수진영 후보 간 난타전을 벌였고, 2018년 6‧13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도 박선영‧조영달 후보의 동시출마해 보수표가 갈렸다.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중도·보수 교육계는 학력저하가 우려된다며, 혁신학교와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추진 하는 등의 조희연표 서울교육 정책에 반발하며 이를 막기 위해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월2일 수도권교육감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교추협)가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교육감 후보 단일화 협약식을 열었다.
이날 협약식에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 ▶이대영 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학 교수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 ▶최명복 전 서울시 교육의원 등 5명의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이들은 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60%)와 선출인단 투표 결과(40%)를 결합하는 방식에 합의했고, 그 결과를 3월 30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시작부터 삐긋했다. 조영달 예비후보는 단일후보 선출인단 모집 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난달 14일 1차 후보토론회에 참석하지 않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교추협 핵심 인사들이 4년 전 박선영 후보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들”이라며 단일화 경선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불참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교추협은 입장문을 내고 “현 교추협 관계자가 4년 전 한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제보는 허위사실이며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조영달 후보는 단일화에 합의해놓고 실무적인 사항에 대해 매번 답변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조영달 예비후보가 공정성을 지적한 바 있는 박선영 예비후보도 단일후보 선출 결과 발표 전날인 지난달 29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단일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
박선영 예비후보는 사퇴 이유에 대해 “(중도‧보수 단일후보)선출인단 등록부터 본격적으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서울에 살지 않는 타 지방분들이 대거 유입됐고, 대리투표 위험성도 커졌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를 이루려 했으나 명의도용과 개인정보호법 위반 등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예비후보는 “(교추협)구성원들은 그에 대한 불법성 인식도 부족했고, 그 불법성을 제거하거나 치유하기 위한 노력도 없이 선출인단에 의한 투표를 강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단일화에 합의한 5명의 예비후보 중 2명의 후보가 이탈한 것.
교추협은 이 과정에서 치러진 중도‧보수 단일화 경선에서 조전혁 예비후보가 선출됐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출인단 투표 40%와 여론조사 결과 60%를 합산해 42.93%를 확보한 조전혁 예비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문제는 다만, 조영달‧박선영 두 예비후보는 공정성을 문제 삼아 여전히 교추협 경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단일후보 선출을 위해 꾸려진 자문 단체 ‘교육감선거 자문원로회의’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며 단일화 경선을 이끌었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마저 재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출마 의향을 밝혀 분열 양성은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난 21일 기준 중도‧보수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조전혁‧박선영‧조영달‧윤호상‧이주호 등 도로 5명이 됐다.
중도‧보수 후보가 도로 5명으로 난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조전혁 예비후보는 지난 21일 YTN라디오 ‘이슈앤 피플’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주호 전 장관, 박선영 예비후보와 조영달 예비후보를 비판하며 “그분들과 또 무슨 단일화를 다 한다? 그러고 나면 또 다른 사람 나오면 또 단일화를 해야 되느냐”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영달‧박영선 예비후보의 단일화 일탈과 관련해선 고소로까지 이어졌다. 교추협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성현‧박소영 전 운영위원은 지난 14일 조 예비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 예비후보가 지난달 18일 진행한 단일화 불참 기자회견에서 “교추협 핵심 인사들이 4년 전 박선영 후보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들”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인데, 박성현‧박소영 전 운영위원은 조 예비후보의 언급이 허위사실이라며 이를 고소한 것이다.
박성현‧박소영 전 운영위원은 박선영 예비후보에 대해서도 지난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 사유에 대해 “피고소인 박선영 씨는 타지역 (선거인단)유입이 쉽다고 강조하고, 이를 부풀려서 교추협 경선 프로세스가 불법, 부정,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고 허위비방 했다”며 “경선단 참가 신청에서는 장벽이 낮지만 투표에서는 휴대폰 실명인증, 행정동 입력, 법률적 경고 수용 등 까다로운 3중 필터를 거쳤고, 이는 투표인이 서울시민임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아래 실행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필터링 방식”이라고 했다.
또 이들은 “박선영 후보가 제출한 신청인 명단이 가장 부실했다. 전체 부실 명단의 99.7%를 차지한다”며 “박 후보는 본인이 제출한 유효 명단(4만2336명)이 전체 유효 명단(28만3367명)의 14.9%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 날인 3월 22일부터 교추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도·보수 교육감 단일화에 합의했던 몇몇 후보들의 일탈과 교추협 관계자의 고소까지 단일화 과정이 혼탁하기 이를데 없다.
교육감은 정무직 차관급으로 지역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다. 시‧도에 위임된 교육·학예에 관한 행정권, 인사권, 재정운영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특히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다른 시‧도뿐 아니라 국가 교육행정, 사교육 시장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중도·보수 교육계의 교육감 후보 5명의 2차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초선, 재선 당시 중도·보수의 분열로 득을 봤던 현 조희연 교육감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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