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과열·혼탁’해지는 수주전, 시공사 자체 자정 노력 시급
[하비엔=조정현 기자] 삼성물산이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OS요원을 대거 동원, 물밑작업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지난 8월 복권 이후 ESG경영 강화를 거듭 강조했지만, 정비사업 수주전 현장에서의 ‘진흙탕 싸움’이 또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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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B-04구역 재개발 현장. [사진=조합원] |
삼성물산, 연말 ‘최대어’ 울산 B-04구역서 구태홍보 재연하나
본지가 입수한 영상과 사진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OS요원(홍보요원)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사람들이 홍보 책자와 다과류 등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해당 구역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보 영상에는 OS요원들의 실명과 방문 업소, 날짜 등의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시공사가 OS요원을 활용해 홍보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 수행 과정에서 향응이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불필요한 용역계약이나 부풀려진 사업비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OS요원의 활동은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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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 OS요원이 부동산중개업소 인근에서 홍보물과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조합원] |
울산 B-04구역은 예상 공사비만 1조원이 투입되고, 조합원 물량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만 약 2800가구에 달해 ‘알짜 사업지’로 불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이번 수주에 ‘사활’을 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그간 ‘선별 수주’ 전략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신규 누적 수주액은 8172억원에 불과하다.
수주전 과열경쟁 조짐 ‘복마전’ 우려...삼성준법감시위 작동할까
삼성물산은 ‘클린수주’를 선언한 후 한동안 OS요원을 배제한 수주전을 펼쳐왔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정비사업장에 복귀한 신반포15차에서 OS요원을 동원하지 않고 시공권을 따냈고,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자사 직원만을 동원해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다르다. 삼성물산이 다시 OS요원을 동원하면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OS요원을 다시 활용하는 데는 사업 수주에 대한 열망을 방증하는 셈이다”라며 “하지만 앞서 클린홍보와 클린수주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같은 행위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앞서 ‘클린홍보’ 및 ‘클린수주’ 선언과 함께 불법행위 근절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만 3년도 채 되지 않아 준법감시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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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 및 ‘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 때문에 최근 복권 이후 경영의 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에 이번 삼성물산의 수주전은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준법감시위가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난 12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방문해 “투명한 준법 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히 현재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삼성물산의 무리한 수주전이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물산, “조합 허용 범위 내 활동” 해명…삼성 활동 시기는 조합 불허
이번 사안과 관련 삼성물산 커뮤니케이션팀은 “삼성물산은 조합이 정한 입찰지침서 기준 안에서 적법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공인중사무소 방문 역시 조합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울산에서 용역 업체를 활용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삼성물산이 OS요원을 동원해 활동했던 지난 달 말에는 조합이 OS요원 홍보활동 시 다과류 등의 물품 전달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에서 부동산중개업소 방문과 함께 소정의 물품 전달을 허용한 것은 지난 14일부터였고, 부동산중개업소 대표가 조합원일 경우 방문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제의 OS 업체는 삼성물산 출신 A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B’사로 밝혀졌다.
한편 총 공사비 1조원이 투입되는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은 울산광역시 중구 교동 190-4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9층 공동주택 55개동 총 4080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해당 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해 2차 입찰공고를 낸 조합은 오는 11월2일 입찰서 접수 마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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