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혼자 작업하다 참변을 당한 오티스엘리베이터 20대 직원의 추락사고와 관련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남긴 익명 글이 안타까움을 더 해주고 있다. 특히, 회사 측의 안전관리 실태가 어느정도 수준인지 보여주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오티스엘리베이터 한 직원은 “참으로 애통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먼저 강북 3지사 사망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히 곤 “우리는 2인 점검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안전한 근로환경을 위해 작업자들이 먼저 사측에 요구했지만 사측은 철저히 무시했다”고 사측의 무사안일 주의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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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엘리베이터 |
특히, 그는 “안전모와 안전벨트를 던져주고 안전교육 맨날 똑같은 소리 떠들고 서명이나 받으며 책임만 면하려 하는 등 말로만 안전을 외치는 회사였다”며 “노동조합이 먼저 2인 점검을 요청했지만 듣고도 외면한 대표와 임원들이 죽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엘리베이터 대수와 비교해 작업자 충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지금도 전국 서비스엔지니어들은 점심을 못먹어가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모자란 인원으로 고장 처리하느라 밤새 졸린 눈 비벼가며 운전대 잡고 일하고 있는데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안전교육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비판했다.
또 게시자는 “당장 회사가 앞으로 어떤 액션을 취할 지 불보듯 뻔하다. 뻔질나게 안전감사가 나올 것이다”라며 “안전한 환경이 아닌데 감사만 백날하면 뭐하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동료가 이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고 고객 압박을 견뎌가며 혼자서 고쳐보겠다고 노력했을 모습이 전국 서비스엔지니어들의 모습과 너무나 같아서 어떤 기분으로 고장 수리에 임했을지 참으로 애통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자들을 엄정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아파트에서 고장 난 승강기를 혼자서 수리하던 오티스엘리베이터 직원 박모(27)씨가 승강기 통로 6층에서 지하 2층으로 추락해 사망하면서 씌여졌다.
사고를 당한 직원은 오티스엘리베이터 정규직이 된지 5개월의 초보 수리기사였으며, 혼자 작업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같은 회사 소속 선임 작업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혼자 작업을 지속하다 추락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현재 사고가 난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직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873명의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만큼 경찰과 노동당국이 사고 원인과 함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미 정부가 지난 2019년 고시를 통해 승강기 점검 시 2명 이상이 하도록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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