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송현섭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작업이 본격화되면서 KDB산업은행의 부산광역시 이전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노동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본점 이전을 강행하려는 경영진과 정부에 맞서 반대여론 확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산은 노조는 지난 19일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전 공약을 규탄하는 조윤승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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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경영진을 규탄하며 ‘부산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번 성명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언급한 지역균형발전 효과에 대해서도 ‘정치쇼’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또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명백한 배임행위에 해당되고 다른 지역에 대한 역차별로 또 다른 지역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국정과제라고 지적했다.
노조에서는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로 ▲업무 비효율에 따른 고객기업 피해 ▲차입경쟁력 약화로 정책금융 업무 수행능력 저하 ▲핵심인력 유출에 따른 경쟁력 저하 등을 들었다. 반면 지역균형 발전을 앞세운 부산시는 수출입은행과 수협중앙회를 비롯한 2차 이전 희망 공공기관을 선정해 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앞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심지어 부산시는 다른 정부 기관과 함께 오는 27일 회의를 열어 산업은행 이전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하는 등 이전여론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연내 고시를 통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쐐기를 박겠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전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들 기관 임직원들이 이전을 원치 않아 사회적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고 없는 지방 근무를 피하려는 직원들의 대규모 이탈이 우려되고 그나마 옮기더라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어 경쟁력만 약화시킨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수협은행의 경우 최근 막대한 이전비용 마련의 어려움과 임직원들의 반발 우려를 들어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에서 지난 2014년 공적자금 투입을 빌미로 수협중앙회 등의 부산 이전을 제안해 수용되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올해 조기 상환하고 부담을 덜어낸 수협중앙회 역시 산업은행 노조와 같은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국책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에서는 부산으로 먼저 이전한 한국거래소 등의 사례를 들어 금융산업의 중심을 옮기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 마지 못해 지방으로 이전했으나 여전히 투자금융회사들의 본사는 서울에 남아있고 획기적인 인프라 확충도 기대할 수 없어 대부분 업무는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하는데 애꿎은 출장비만 쓰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정치권의 득표전략에 따라 지방 이전을 강요당하는 공공기관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굳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면서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강행해야 하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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