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프리미엄석 늘리고 일반석 축소…소비자 반발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4 10: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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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 "안전·편의 외면한 수익 극대화"
공정위 "기업결합 시정조치 위반 소지" 경고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대한항공이 9월부터 새로운 프리미엄석 도입과 함께 일반석 좌석 간격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정당국은 이번 조치가 기업결합 시정조치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9월 중순부터 보잉 777-300ER 항공기 11대에 새로운 '프리미엄석'을 도입한다. 이번 개편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하여 기존 좌석 배치를 대폭 변경했다.

 

  [사진=대한항공]

 

새로 도입되는 프리미엄석은 일반석보다 약 10% 비싼 가격에 1.5배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좌석 간격은 39~41인치(약 1m), 너비는 19.5인치(약 50cm)로 설계되며, 총 좌석 수는 기존 291석에서 328석으로 37석 증가한다.

◆일반석 좌석 배치 3-4-3으로 변경, 폭 2.5cm 축소

 

문제는 프리미엄석 신설과 함께 일반석 좌석 배치가 기존 3-3-3에서 3-4-3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반석 좌석 너비가 기존 18.1인치(약 46cm)에서 17인치(약 43cm)로 약 2.5cm 줄어들게 된다.

대한항공은 "전 세계 25개 주요 항공사 중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18개사가 이미 3-4-3 배열을 채택하고 있는 글로벌 표준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슬림 시트 장착으로 실제 체감 공간은 더 넓혔고, 4K 화질 13.3인치 모니터 등 편의 기능도 향상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단체 "수익만 추구, 안전·편의 무시" 강력 반발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승객의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 극대화에 치중한 조치"라며 좌석 구조 개편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단순한 좌석 개조를 넘어 승객 1인당 공간을 축소해 장시간 비행의 편의성과 안전성까지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인의 평균 체격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좌석 폭을 축소하는 것은 이용객의 불편과 안전 우려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좁은 이코노미석을 더 좁게 만들면 닭장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 "시정조치 위반 가능성" 경고…강력 대응 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좌석 배열 변경에 대해 "시정조치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당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으며, 이에 따라 2019년 수준보다 좌석 등 제공 서비스가 불리하 게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천-로스앤젤레스 등 40개 조치 노선의 경우 기내 좌석 간격 등 서비스의 불리한 변경 금지 의무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해당 항공기가 40개 조치 노선에 투입되는지 여부와 실제 운항 상황,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며, 시정조치 불이행 시 과징금 부과 등 강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동일한 항공료를 지불하면서도 더 좁은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실질적인 서비스 질 저하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수익성과 소비자 편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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