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입법 보완 시급…"보여주기식 정책 안돼"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역대급 경기 침체 속,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노쇼(No-show) 사기’가 소상공인 생계를 위협하는 조직적 신종 범죄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예약 부도를 넘는 계획적 수법에, 제도적 보호와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경찰당국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총 537건의 노쇼 사기 피해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약 85%(약 461건)가 불과 4개월간(2024년 12월~2025년 3월)에 집중됐다. 피해 건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업주는 수천만 원 규모의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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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경찰청이 전개하는 노쇼 사기 방지 캠페인 [사진=경기북부경찰청, 연합뉴스] |
노쇼 사기는 일반 소비자의 예약 취소가 아니라, 군부대·시청·언론사·공무원 등을 사칭한 뒤 대량 음식 주문이나 행사 예약을 한 후 고의적으로 연락을 끊는 조직적이면서 계획적인 방식이다. 피해 업소들은 식자재 비용, 인건비, 기회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와인, 케이크 등 특정 고가 물품만 요구한 후 배달 또는 결제 유도를 시도하는 수법도 발견됐다.
이에 노쇼 사기단과 특정업체와의 연계성도 의심되는 실정이다. 범행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사기범들은 최근에는 언론사와 정당 그리고 연예인 등의 신뢰도 높은 단체나 인물로 위장해 고가 도시락, 술, 숙박 등 대형 단체 예약을 한 뒤, 선결제 또는 물품 제공을 요구한다. 이후 해당 연락처는 일방적으로 차단되고, 예약은 실현되지 않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사칭한 수법도 있었다. 특정 정당 관계자로 속이고 1800만 원 규모의 도시락 예약을 요구한 사례가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노쇼 사기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고, 6월 30일까지 특별 자수 기간도 운영 중이다. 일부 사기 사례에서는 동남아시아 기반의 콜센터와 연계된 정황도 드러나, 경찰은 국제 공조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는 “용역 또는 재화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제외”라는 조항이 있어, 노쇼 사기는 사실상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사기 계좌를 동결하거나 피해금을 환급받는 절차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가 빚탕감과 금융지원 등 소상공인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현장을 위협하는 범죄가 방치된다면 이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노쇼 사기뿐 아니라 악성 리뷰, 불법광고, 과도한 중개수수료 등 생업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보다 일찍 노쇼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및 유럽 등지에서는 플랫폼 중심의 예약 시스템과 이용자 신뢰 관리 체계를 통해 무단 예약 부도에 강력하게 대응한다. 국내에서도 대량 주문 시 예약금 선입금을 강제하는 등, 사기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법적 장치의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소상공인 관련 기관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지원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낚시한 고기를 떠먹여 주는 방식이 아니라, 소상공인들 스스로 낚시할 수 있는 제도와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의존은 자생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며 “악의적 노쇼 사기와 같은 생계형 범죄부터 근절하는 것이야말로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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