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사모펀드 통해 간접 지배…'경영 개입' 논란 확산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둘러싼 국내 유일 화물 전용 항공사 에어인천과 창업주 간의 법적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현대글로비스가 간접 지배구조로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과 소액주주 간 주주총회 결의 무효 소송의 첫 변론이 오는 8월 21일 인천지법 민사합의11부에서 열린다.
![]() |
에어인천 항공기 [사진=에어인천] |
이번 소송은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상증자가 발단이 됐다. 에어인천은 2024년 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약 4700억 원 규모) 인수를 추진하며, 외형 확대의 일환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인 박용광 창업주는 사전 동의나 충분한 설명 없이 증자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로는 에어인천과 최대주주인 특수목적법인(SPC)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 지정됐다. 업계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주주 간 갈등을 넘어, 항공물류 산업 전반의 재편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전의 배후에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6월, 사모펀드 운용사 소시어스인베스트먼트에 약 2006억 원을 출자하며 해당 펀드의 지분 45.2%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결국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인천 → 소시어스에비에이션 → 소시어스인베스트먼트 → 현대글로비스’로 이어지는 사슬을 통해 에어인천 경영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항공화물 시장 2위로 도약한다. 현대차 그룹이 해상 및 육상 물류에 이어 항공 분야까지 접근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와 인수 추진이 독립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였는지를 두고 시장 안팎의 해석이 엇갈렸다.
현대글로비스는 법적 피고는 아니지만, 주요 투자자로서 일정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수 방식과 절차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에어인천의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추진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소송 결과와는 별개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유상증자 절차와 지배구조의 투명성 여부가 인수 심사 과정에서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에어인천 인수 가능성에 대해 “추후 항공물류 업계 상황과 에어인천 자체의 경쟁력 등에 따라 인수할 가치가 있는지를 검토한 뒤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