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프타 수출 금지...공급 불안 속 인플레이션 변수 부상

박정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7 0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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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의존도 77% 구조...에 산업계 긴장
중질·경질 불일치 내수 전환 한계 우려

[HBN뉴스 = 박정수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인 나프타(납사)의 수출을 27일 자정부터 전면 제한하며 수급 안정 대응에 나섰다. 기존 수출 예정 물량까지 국내로 전환하는 조치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원료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조치는 향후 5개월간 유지되며, 예외적으로 산업부 장관 승인 시에만 수출이 허용된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기초 원료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의 출발점이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포장재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용 화학소재와 자동차 내외장재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된다.

이번 조치는 국내 나프타 수급 구조의 취약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내 수요의 약 4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7%가 중동 지역에서 조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해상 운송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약 2주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원료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유통 현장에서는 플라스틱 및 비닐 제품 가격 상승이나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실제 수급 영향은 향후 공급 상황과 정부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출 제한과 함께 생산·사용·재고량에 대한 일일 보고 체계를 도입하고, 필요 시 생산 및 공급 명령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원자재 수급 불안 확산에 대응해 나프타 외 품목에 대해서도 통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촉매제인 요소수와 그 원료인 요소에 대해서도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하는 등, 주요 산업 원료 전반에 대한 수급 관리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업계 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국내로 전환되는 물량 중 상당 부분이 중질 나프타인 반면, 국내 에틸렌 생산 설비(NCC)는 경질 나프타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원료 대체 시 생산 효율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전체 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수입 공백을 충분히 보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 지표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최근 손익분기점 수준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설비의 가동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 금지 조치로 당장의 급한 불은 끄더라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산업의 원가 경쟁력 약화와 국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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