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변호인단 법률검토 무시 ‘강남빌딩’ 등기 강행 “왜”

박정수 기자 / 기사승인 : 2024-08-19 15: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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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박정수 기자] 3000억원대 ‘강남빌딩’을 놓고 시행사(시선RDI)와 시공사(두산중공업)간 소유권 분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3년 소송 당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자신들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광장과 법률자문을 받은 태평양의 ‘법률 검토’ 의견을 무시한 채 소유권등기 이전을 강행했다는 문서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문서는 시선RDI가 두산중공업과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현재 진행 중인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및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 민사부는 오는 29일 관련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문제의 강남빌딩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15층짜리 바로세움 3차(현 에이프로스퀘어, 이하 강남빌딩)로, 지난 2011년 완공 이후부터 시행사와 시공사간 소유권 분쟁이 일어났다.

 

이후 수 차례의 민·형사 재판을 거쳐 지난 2014년 대법원이 두산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바로세움 3차(현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전경.

 

하지만 시선RDI는 지난 2021년 두산중공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우리은행 등 금융권을 추가해 소유권보존등기 무효와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빌딩은 한국자산신탁이 공매 처분해 지난 2014년 4월 엠플러스자산운용(1680억원)으로 처음 소유권이 넘어갔고, 이후 2019년 4월 마스턴자산운용(2040억원)에 이어 2022년 4월 JR투자운용(3080억원)이 매수해 현재 등기부상 우리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시선RDI는 앞서 진행한 소송을 통해 소유권이전에 수 많은 의문점(본지 2021년 11월24일자, 2024년 7월23일자 보도 참조)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는 지난 2011년 1월 빌딩 완공 후 시공사 측에서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잘못돼 이후 진행된 모든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시선RDI는 이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자료로 지난 2014년 2월 최초 등기이전 당시 등기국 자료와 두산중공업의 변론을 맡았던 법무법인 광장과 법률자문한 태평양의 ‘법률검토’ 문서를 제시했다.

 

과거 진행된 소송 과정을 보면, 해당 빌딩은 시행사가 기한이익상실을 전제로 당시 1순위 수익자라고 주장한 두산중공업(더케이)에 의해 공매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석연찮은 점이 드러났고,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등기’ 부분이다.

 

김 대표는 당시 시공사인 두산중공업과 수탁사였던 한자신이 ‘1순위 우선수익자 변경 등기’(2014년 2월)와 ‘소유권 이전 등기’(2014년 4월)를 진행할 때 두산 측이 공문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탁의 변경(1순위 우선수익자 변경) 등기 신청의 경우 등기법상 ‘실체적 등기’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당시 등기부상의 1순위는 시선바로세움(시선RDI의 SPC)이였고, 이 회사의 동의 없이는 등기를 신청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집합건축물대장과 토지대장에는 시선RDI의 명의가 삭제된 상태에서 등기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등기신청서 내 명판의 경우 등기국에서 사용하는 명판이 아니고, 등기신청서에는 등기접수관과 등기관이 날인하지 않은 도장이 찍혀 등기 처리됐다는 것이 시선RDI 측의 주장이다.

 

 에이프로스퀘어의 집합건축물 대장.

 

또 두산과 한자신이 등기국에 제출한 법원 결정문(등기신청서)도 의문 투성이고, 1순위 우선수익자 변경등기 및 소유권이전등기 시 받아야 하는 관할 구청(서초구청)의 검인이 누락된 점, 등기국의 민원 업무가 오후 6시에 종료되지만 등기신청서 서류는 오후 6시43분에 접수된 점 등도 납득이 안 된다.

 

김 대표는 “법원의 결정문(기록명령)이 있더라도 당시 최초 소유자였던 시선RDI에 의해 ‘또 다른 각하 사유’가 다수 제기된 만큼 등기법상 등기를 처리할 수 없지만, 이를 감행한 것은 엄연한 불법등기다”라고 주장했다.

 

시선RDI는 또 지난 2013년 우선수익자 지위 부존재 소송 당시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이 변론을 맡았던 두산중공업과 교보증권에게 보낸 ‘법률 검토’를 제시했다.

 

당시 광장과 태평양은 “원고들(시선RDI)의 동의 없이는 신탁의 변경 등기는 곤란하다. 원고들과 원만히 합의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에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징구하라”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탁변경계약(원고들의 동의) 없이는 신탁원부기재 변경(시선바로세움의 우선수익자 명의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명의 변경) 등기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김대근 대표는 “지난 2011년 당시 시선RDI와 두산중공업(더케이)간 진행됐던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확인의 소’의 재판이 대법원에서 2년간 계류 중에 있었다”라며 “따라서 두산중공업은 소송사기 등 허위 주장들이 발각될 경우 패소하는 만큼 강남빌딩을 빼앗기 위해 수의계약을 계획하고, 그 매매대금 마련을 위해 교보증권에 대출을 요청해 불법 대출(무담보대출)과 불법 등기이전을 진행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산과 교보증권은 지난 2013년 9월4일 광장으로부터 ‘원고들의 동의 없이 신탁의 변경등기는 불가능해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법률자문 내용.

 

김 대표는 또 “두산중공업은 당시 법률자문을 맡은 태평양으로부터 ‘원고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이전에 원고(시선RDI)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건 토지의 처분금지가처분을 구할 경우 인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매도인 또는 두산중공업 등으로 하여금 가능한한 원고(시선RDI)와 원만히 합의해 본 건 거래에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징구하라’라는 자문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변호인단의 이같은 의견 제시에도 불구하고 엠플러스사모펀드에 ‘강남빌딩’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두산중공업 등은 지난 2013년 12월20일 해당 펀드의 수익권(지분투자 금액, 비율)을 배분하는 이면합의서를 작성했고, 같은 날 한국자산신탁과 빌딩 매각에 따른 수의계약(매매)서를 작성했다”며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한국자산신탁에 수수료 12억9000만원을 지급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산중공업은 수의계약 금액 1680억원 가운데 자신들이 설립한 엠플러스사모펀드의 지분 5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키스톤(SPC)에 150억원의 채무보증을 했고, 강남빌딩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가능할 시를 대비해 군인공제회와 손해배상 책임부담 조건부 계약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교보증권은 지난 2014년 12월 키스톤에게 150억원을 무담보 대출해줬고, 두산중공업이 이에 대해 채무보증을 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들어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은 매도인에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하지만, 이같은 조사를 하지 않고 매수한 것은 부동산 점유에 대한 과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2년 4월 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체결한 매매계약서에 ‘하나은행은 시선RDI의 소송 등에 대해서는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했다”라며 “이는 부동산을 매수하는 우리은행이 매도인(하나은행)에게 처분할 권한이 없음을 잘 알고 매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당시 책임임차에 관여했던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주인 바뀌었음에도 지금까지 왜 책임임차 동의 주체로 남아 있는 것일까.

 

또 우리은행은 해당 빌딩의 시행 당시인 지난 2008년 시선RDI의 신용공여(대출) 주관 은행으로 참여한 후 지난 2022년 4월 JR투자운용(3080억원)이 매수하는 과정에서 수탁사로 참여해 현재 해당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온갖 금융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은행 역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해당 빌딩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수 천억원에 달하는 건물을 매매할 때 계약금 없이 진행했다는 것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신뢰가 대단하거나, 실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이는 경우다”라며 “두산과 우리은행의 연결고리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두산과 우리은행 등 피고 측은 “해당 빌딩을 둘러싼 분쟁은 이미 각종 소송을 통해 문제 없음이 밝혀져 더 이상의 소송은 의미가 없다”라며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이전 등은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 후 진행된 만큼 이상이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 민사부는 오는 29일 시행사인 시선RDI가 현 소유주인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으로, 향후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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