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5차 5개년 계획 등 외생변수·수요둔화 여전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마침내 대전환의 초입에 섰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통합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통 대규모 설비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모델이 현실화됐다. 시장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즉각 반응했지만, 그 이면에는 절대 가볍지 않은 압박과 한계도 그대로 남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양사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확정, 정부에 승인 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석화업계 구조재편 논의가 시작된 이후 업계 최초의 재편안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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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
이는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하고, 해당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구조로, 이를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의 합리화 및 일원화된 생산 운영체제가 구축된다.
해당 계획은 정부 심사 및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통합 후 NCC 규모는 85만 톤만 유지하며, 대신 양사 다운스트림 효율화가 핵심이다. HD현대케미칼 지분율은 기존 60%에서 50%로 조정된다. 이로써 한국에서는 그동안 ‘필요하다’고만 했던 NCC 구조조정이 실제 모델로 등장했다.
이번 통합을 시작으로 여수(LG·GS·롯데·YNCC), 울산(대한유화·SK) 등 대규모 석화단지의 구조조정 계획도 12월 말까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본격화되면서 주식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26일 화학업종 전반이 강세를 보이며 급등 랠리를 나타냈다. 롯데케미칼은 장중 한때 8.2%까지 치솟으며 매수세가 집중됐고, 종가는 1.5% 상승한 7만5600원에 마감했다.
대형주와 중견업체들 역시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LG화학은 9.4% 급등했고, 대한유화는 11.1% 상승하며 화학 업종 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금호석유화학(4.2%), 한화솔루션(2.9%)도 모두 강세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이번 통합 작업을 기점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조정이 실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하며, “바닥 통과 신호가 들어온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의 실질적 성과는 가동률 정상화에서 비롯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최소 가동률(70~80%)을 맞추기 위해 저마진 제품을 억지로 생산·판매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적자가 누적돼 왔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곳곳에서는 “이제 첫 발을 뗐을 뿐,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는 경고도 동시에 나온다.
우선 기업활력법 적용으로 절차가 다소 빨라졌지만, 세제 혜택·원료세 감면·금융지원 등 실질적 인센티브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조 원 규모의 설비를 조정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실탄’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속도전을 요구하면서도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이 예고하는 산업 구조조정도 부담 요인이다. 내구재 소비 둔화와 기술·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한 산업 재편이 이어질 경우, 석유화학 제품 수요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의 체력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부진을 뒤집어 업황 자체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가와 환율 변동,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의 잠재적 증설 가능성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언제든지 실적 회복 속도를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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