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 = 홍세기 기자]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유통을 담당할 조각투자 전용 장외거래소의 예비인가 결정을 연기했다. 7년간 샌드박스를 통해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해온 루센트블록이 인가 심사의 공정성 문제를 공개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금융당국이 절차적 검토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신청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당초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3파전 중 최종 선정 사업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공정성 논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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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사진=연합뉴스] |
예비인가 결정이 연기되기 이전, 지난 7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KDX)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컨소시엄(NXT)을 유력 대상자로 심사했다.
조각투자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유동성 분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2곳만 인가할 계획이었고, 이에 따라 루센트블록 컨소시엄은 사실상 탈락 수순을 밟게 되었다.
◆ 루센트블록의 공정성 문제 제기
루센트블록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가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허세영 대표는 당초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창설된 취지가 위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센트블록은 조각투자 사업 경험이 없는 기관이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을 개척한 기존 사업자보다 유리한 평가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2018년 설립 이후 약 7년간 운영하며 약 50만명의 이용자와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발행·유통해왔다. 이는 조각투자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 된 실적으로, 제도화 과정에서 이러한 경험이 적절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기술 탈취 의혹과 공정위 신고
루센트블록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넥스트레이드가 자신들의 기밀 정보를 탈취했다는 것이다.
루센트블록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한 후 루센트블록의 재무정보, 주주명부, 사업계획, 핵심 기술 자료 등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이후 투자나 컨소시엠 참여 없이 불과 2~3주 만에 동일 사업 영역에서 직접 인가를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루센트블록은 이를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업활동 방해와 기업결합 신고 의무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루센트블록의 주장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결합 당사자 중 한 곳 이상이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2조원 이상, 다른 결합 당사자가 3000억원 이상일 경우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KDX와 NXT 컨소시엄이 관련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넥스트레이드의 반박과 뮤직카우의 입장
넥스트레이드는 루센트블록으로부터 받은 자료가 기초 재무자료에 불과하며 기밀로 간주될 내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넥스트레이드가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과 비즈니스 로직은 이미 파트너사인 뮤직카우를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뮤직카우는 거래되는 조각투자 종목의 98%, 거래대금의 73%를 점유하는 업계 1위 기업으로, 누적 1100여개 종목에 대해 400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뮤직카우는 NXT 컨소시엄 사업 계획에 자신의 시장 노하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NXT 컨소시엄에는 뮤직카우 외에도 세종디엑스, 스탁키퍼, 투게더아트 등 4개의 조각투자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 18개사가 포함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 심사 기준 상 우려 사항은
금융위가 발표한 예비인가 심사 기준에서 사업계획이 1000점 만점 중 30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평가 구조가 조각투자 상품의 발행이나 투자자 모집 경험보다는 거래소 운영 요건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는 실제 조각투자 서비스 운영 경험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법적 및 정책적 배경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제도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제정 취지인 '혁신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지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루센트블록은 바로 이 취지에 부합하여 2018년에 설립되었고, 지난 4년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조각투자 서비스의 모범 사례로 언급되어 왔다.
특별법 제23조의 '배타적 운영권'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의 운영 실적과 시장 기여도가 인가 심사에 반영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이를 근거로 기존 샌드박스 사업자의 제도 편입 시 경험과 실적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학계에서는 배타적 운영권의 적용 범위를 보다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은
금융위의 예비인가 결정 연기로 조각투자 유통의 제도권 편입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했다.
뮤직카우 측은 "인가 지연이 다수의 혁신사업자와 조각투자 사업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제도화가 지연되면 조각투자 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제기된 공정성 논란과 심사 요건의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추후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권칠승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루센트블록은 국내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에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검증했던 기업이다"라고 지적하며 혁신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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