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 = 박정수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풍산 방산 부문 인수 검토를 중단하면서, 거래 무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일한 자산을 두고도 희소성과 안정성, 규제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면서 매도자와 인수자 간 눈높이를 좁히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9일 풍산 방산 부문 인수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보다 앞서 풍산 측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방산 부문 매각 중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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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으로 본 기사내용과 관계없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이번 거래에서 양측이 평가한 기업가치 사이에 괴리가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방산 부문이 풍산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인 만큼, 매도자와 원매자 간 가치 산정 기준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풍산의 방산 부문은 소구경부터 대구경 탄약까지 아우르며, 회사 전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469억 원 중 무려 73.3%인 2541억 원을 창출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힌다.
이에 따라 매도자 측은 단순 지분 매각을 넘어선 ‘핵심 사업 프리미엄’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인수 측은 향후 예상되는 투자 부담과 규제 리스크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눈높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 협상 중단의 원인중 하나로 추정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활한 협상 진행이 어렵다”며 “이번 거래 역시 밸류에이션 간극이 주요 변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가격 차이를 단순한 협상 과정의 이견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방산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비교해 국가 정책 및 규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특성상 사업 매각이나 지배구조 변화가 정책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매도자는 사업의 ‘희소성과 안정성’을 근거로 높은 가치를 요구하는 반면, 인수자는 내재된 불확실성을 반영해 일정 부분 할인을 적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자산을 두고도 양측의 평가 기준이 크게 벌어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골자로 시행된 상법 개정안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 환경의 변화도 거래 성사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핵심 사업부를 분리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칫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질 경우, 경영진의 법적 책임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해당 법안이 공포 즉시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하며, 과거에 비해 ‘주주가치 훼손 및 이사회 책임’ 논란에 대한 경영진의 부담이 가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매도자 측의 의사결정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방산 분야의 M&A는 단순한 가격 협상을 넘어 정책 및 제도적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풍산이 중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여러 이론적 대안 중 하나로 일각에서는 ‘인적분할’ 방식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는 핵심 방산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여 시장에서 독립적인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뒤, 향후 전략적 투자자 유치나 지분 매각 등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이 방식은 직접 매각에 비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완화하면서도 사업 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는 당장 구체화된 계획이라기보다는 이번 M&A 무산 이후 시장에서 제기되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산 사업은 단순 매각보다는 구조 재편을 통해 가치를 높인 후 단계적으로 지분을 조정하는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다”며 “이번 협상 무산이 새로운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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