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관세포탈 사건' 재판 본격화

홍세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7 1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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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165억원 규모의 관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핵심 인물인 구매팀 임원 정모씨(52)가 26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2017년 9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6년간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 수입 과정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관세 회피 행위로 주목받고 있다.

 

  오비맥주

 

검찰 조사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두 가지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했다. 우선 퇴직자들이 설립한 5개 업체와 1개 수제맥주 판매점을 '명의상 업체'로 활용해 157억원의 관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해운회사와 공모해 해상운임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으로 8억원을 추가 포탈했다는 혐의도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검찰이 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대표이사와 구매팀 부사장까지 불구속 기소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관세포탈 행위였음을 시사한다.

◆ TRQ 제도 악용과 시장 지배력 남용
 

오비맥주의 관세포탈 수법은 자유무역협정(FTA) 할당관세제도(TRQ)의 허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다. 맥아는 할당량 내에서는 무관세이지만 초과 시 최대 269%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오비맥주는 이 제도를 악용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전체 맥아 TRQ 물량의 평균 55%를 과점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공정경쟁을 저해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오비맥주의 과점으로 다른 경쟁 맥주 제조회사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오비맥주가 원가를 절감해 이익을 얻는 동안, 경쟁사들은 높은 관세로 맥아를 들여와야 했던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부 비리의 심각성이다. 구매팀 임원 정씨는 납품업체로부터 3억6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하고, 회사 자금 2억3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다.

◆ 정부 당국의 강력 대응과 추가 조사
 

관세청과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은 2024년 상반기 세무조사를 통해 오비맥주에 약 900억원의 관세를 추징했으며, 서울북부지검은 관세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총 10명을 기소했다.

더 주목할 점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최근 오비맥주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100여 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한 이번 조사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관세포탈 사건과 연관된 추가 세무 위반 사항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해운회사와 공모해 관세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횡령해 법인세를 탈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퇴직 임직원이 설립한 협력업체들과의 거래를 통한 금품 수수와 관련된 소득세 탈루 혐의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 업계 신뢰 회복과 제도 개선 과제
 

이번 오비맥주 관세포탈 사건은 주류업계 전반에 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특히 AB인베브로의 막대한 배당과 관련된 국부유출 논란이 가세하면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1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보다 많은 1조8000억원을 AB인베브에 배당했다.

오비맥주는 "관세와 관련해 회사와 경영진에 부과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법정에서 회사 측 입장을 강력히 변호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음 공판은 10월 20일 열릴 예정이며, 배 대표이사와 구매팀 부사장 등에 대한 사건과 병합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세무 위반을 넘어 국가재정에 대한 조직적 침해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맥아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 불법 행위는 엄중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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