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일회용입니까?"…에쓰오일, ESG는 어디에

이동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9 10: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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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공채 돌연 중단…취준생 "진심을 장난처럼 취급한 기업"
노동전문가 "관행될까" 우려...정부·여당 대응은'감감무소식'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에쓰오일(S-OIL)이 2025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인적성 검사까지 마친 뒤 전격 중단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이 보여준 무책임한 행보라는 비판이 산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4월 신입공채 모집을 시작해 서류전형을 통과한 수백 명의 지원자에게 인적성 검사까지 진행한 뒤, 6월 10일 돌연 “내부 경영 사정으로 인해 채용을 전면 취소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에쓰오일 본사 [사진=하비엔뉴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매출은 8조99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순손실은 4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그러나 지원자들은 “회사가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간을 갈아넣은 사람들을 버렸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취업준비생 포털에는 “3주간을 이 회사에 올인했는데, 돌아온 건 한 줄짜리 공지였다”, “인적성까지 마쳐 놓고 무슨 낯으로 이런 일을 벌이나”라는 격앙된 반응들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졸업예정자는 “에쓰오일은 우리가 장난이었을지 몰라도, 우리는 진심이었다”며 “취준생을 일회용처럼 쓰고 버리는 이런 기업 관행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채용과정 자체가 대외 신뢰도나 기업 PR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경기 악화 속에서도 정기공채를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는 명목으로 홍보한 뒤, 막판에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전면 취소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쓰오일의 겉과 다른 듯한 ESG 경영 문제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에쓰오일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안와르 알 히즈아지 CEO가 이끌고 있다. 그는 사우디 아람코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에너지 업계 전문가로, ESG 경영과 글로벌 성장 전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과거 공장 폭발사고, 유해화학물질 배출 논란, 임원 갑질 의혹 등으로도 부정적 평가를 받은 전력이 있어, ESG 경영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하비엔뉴스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에쓰오일 측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채용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기업들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의 대응 여부도 주목된다.

노동 전문가들은 “청년 일자리를 외치는 정부가, 정작 청년을 소모품처럼 다루는 현실엔 침묵하고 있다”며 “에쓰오일처럼 채용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이 같은 행태가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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